밀리의 서재, 폭풍성장하는 '전자책의 넷플릭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20.02.03 15:08

月 9900원 '나만의 서재'…책에 대한 고정관념 무너뜨린 플랫폼으로 180억 투자유치

죽어가던 출판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밀리의 서재가 180억원의 추가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밀리의 서재는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월 9900원만 내면 5만권 장서를 보유한 서재를 가질 수 있다는 유혹적인 제안으로 고사 직전의 도서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구독경제로 책장 속 유령 일깨워=서영택 밀리의 서재 대표(54)는 2012년 웅진씽크빅 대표에 취임한 뒤 웅진북클럽 서비스로 키즈도서 시장에서 대박을 냈다.

웅진북클럽은 전자 그림책과 학습용 프로그램을 태블릿PC를 통해 보는 월정액 서비스로, 웅진씽크빅을 연 400억원대 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으로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다. 전집 판매라는 구태의연한 틀을 벗어던진 웅진씽크빅은 태블릿PC를 이용한 월정액 그림전자책 구독 서비스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웅진북클럽에서 영감을 받은 서 대표는 2016년 7월 성인독자를 대상으로 '책 구독경제 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창업했다. 웅진북클럽의 전자책 서비스 구독경제 틀을 그대로 가져오되 이 플랫폼 위에 책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집약해 넣었다. 그는 밀리의 서재에서 기존의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해내지 못했던 '책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먼저 톱스타 배우 이병헌이 책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리딩북을 대표 콘텐츠로 내세워 빠른 속도로 구독자를 늘렸다. 이같은 톱스타 마케팅은 출판업계에선 극히 드문 사례로, 밀리의 서재가 2030 젊은 층의 맘속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덕분에 밀리의 서재는 배우 수애를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네이버 시리즈(웹소설과 웹툰을 서비스하는 Series)에 필적하는 명성을 얻으며 2019년 말 기준 구독자수가 100만명(역대 누적)에 이르렀다.


◇월 9900원..."읽어야만 독서인가요"=TV, 게임, 스마트폰에 밀리던 도서를 현대인의 삶 속에 다시 초대한 것으로 평가받는 밀리의 서재의 독보적인 경쟁력은 단순히 전자책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는 데 있다.

밀리의 서재 앱 아이콘
밀리의 서재는 "읽는 것만이 꼭 독서는 아니다"라며 책 읽기의 지평을 넓히면서 동시에 전통적 책읽기를 파괴하는 시도를 계속했다. 밀리의 서재에서는 라이브 북클럽의 동영상과 오디오북, 리딩북을 비롯해 대화하며 읽는 파격적인 컨셉의 '챗북'까지 이용할 수 있다. 밀리의 서재는 활자 중심의 책에서 탈피해 사람들을 독서의 세계로 이끌 수 있는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집약한 것이다.

밀리의 서재는 '출판계의 넷플릭스'답게 서비스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도서량이 5만권에 달한다. 매달 업데이트 되는 책 수는 약 1000권. 밀리의 서재 이용자는 '내 서재' 카테고리에 전자책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으며 스마트폰 속에 '나만의 서가'를 가질 수 있다. 늘 스마트폰만 끼고 사는 사람도 밀리의 서재를 열면 내 서재에서 교양있는 책 한 권 골라, 읽고·보고·듣고·대화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밀리의 서재를 열어 서점을 한 바퀴 돌아본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단돈 월 99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와 교양'을 밀리의 서재에 녹여냈다.

두 차례에 걸친 투자유치로 밀리의 서재는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밀리의 서재는 이제 전자책 시장에서 연재 시장까지 외연 확장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소설가 김영하는 7년 만의 장편 소설을 밀리의 서재를 통해 선공개했다. 이 같은 밀리만의 독점적인 콘텐츠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밀리의 서재의 경쟁자는 교보문고가 아닌 네이버와 페이스북, 유튜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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