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 앓으면 한국 경제도 골병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 2020.02.03 15:08

(종합)신종 코로나로 수출·부품조달 차질 위기…정부 "무역금융 4000억 공급·소재부품 수급 지원"

31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오전 출근조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명촌정문을 통해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최근 와이어링(전선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으로 인해 당분간 가동을 멈춰 생산 차질을 겪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이번 주말에 예정됐던 팰리세이드 생산 라인인 울산4공장 특근을 철회했다. 2020.1.31/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세계의 공장' 중국 내에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해 온 한국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미 일부 업계가 중국산 부품 부족으로 생산 차질 위기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데다 중국 경제 급강하시 자본재·중간재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소재부품 수입 30% 중국에 의존


2019년 국가별 소재 부품 수입 현황./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3일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소재·부품 수입액 1708억달러 가운데 중국산 제품은 520억8000만달러로 약 30.5%를 차지했다. △일본(270억달러) △미국(194억5000만달러) △베트남(78억5000만달러) 등을 제치고 단연 1위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의 산업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중국에서 소재·부품을 공급받던 한국 기업도 영향을 받는다. 이미 중국 정부가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절(설) 휴무를 연장한 여파가 국내 산업계로 번지고 있다. 중국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일부 교통망 봉쇄로 물류도 차질을 빚으며 국내 소재·부품 수급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당장 자동차 업계엔 부품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현실화 됐다. 쌍용차는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 생산을 중단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 주말 특근을 철회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생산계획을 변경하며 현지 부품 조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중국 현지 구매기업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국내 부품 수출기업의 대중 수출과 현지 진출 부품생산기업 매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전망은 더 나쁘다. 중국 춘절 연휴가 끝나고 근로자 중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사업장 전체가 폐쇄돼 생산 감소폭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중국 경기 꺾인다…살아나던 수출에 '악재'


2003년 사스(SARS) 사태 당시 한국의 대(對)세계, 대중국 수출 증감률./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사태 장기화시 여파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내 소비‧투자가 위축되고 산업생산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경기가 악화하면 한국도 수출 감소 등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중국은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상대국이다. 대중 수출 중 95%는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와 자본재가 차지한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 확산은 회복 조짐을 보이는 한국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3년 사스(SARS) 사태로 중국의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사스에 본격 대응한 직후인 2003년 5월 한국의 대중 수출 증가율은 27.5%, 전체 수출 증가율은 3.5%로 연중 가장 낮았다. 사스 사태 이후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3%에서 2018년 15.9%로 4배 확대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신종 감염증의 확산 정도에 따라 우리 수출과 공급망 관리에 부정적 영향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역금융 4000억 공급…소재부품 수급 지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수출상황점검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열렸다. 2020.2.3/사진=뉴스1

정부는 실물경제 악영향 차단을 위해 비상 대응에 나섰다. 산업부는 이날 민관합동 긴급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대중 수출입 기업과 현지 진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중 수출기업에 무역금융 4000억원을 긴급 공급하고 대중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에 수출바우처를 우선 지원해 대체시장 개척을 돕는 게 골자다.

중국산 소재·부품·장비의 수급 차질을 막기 위한 지원도 실시한다.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만든 '소재·부품 수급대응지원센터'를 활용해 원부자재 수급·생산차질 등 기업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신속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이미 수급 차질이 현실화된 자동차 부품의 경우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부품 공장 가동을 요청하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을 비롯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비상한 각오를 갖고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속도감 있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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