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생산 스톱 위기…정부 "中에 부품공장 가동 요청"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 2020.02.03 14:00
31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오전 출근조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명촌정문을 통해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최근 와이어링(전선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으로 인해 당분간 가동을 멈춰 생산 차질을 겪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이번 주말에 예정됐던 팰리세이드 생산 라인인 울산4공장 특근을 철회했다. 2020.1.31/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국내 자동차 부품 수급 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부품 공장 가동을 요청한다. 대(對)중국 수출기업에는 4000억원 규모 무역금융을 긴급 공급하는 등 실물경제 악영향 차단을 위한 비상 대응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 주재로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민관 합동으로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신종 코로나 확산이 대중 수출·입과 기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찾기 위해 긴급하게 열렸다.


中 생산공장 멈추면…韓 수출입 차질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사태로 봉쇄되면서 현지에 진출해있는 세계각국의 자동차회사 등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사진은 2014년 9월 23일 우한의 제네럴 모터스 조립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엔진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2020.01.28. 우한=AP/뉴시스

지금까지 중국 현지 진출기업이나 대중 수출 기업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사태를 낙관할 순 없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중국은 글로벌 경제와 글로벌 제조업 가치사슬에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사스(SARS) 사태가 있었던 2003년 4.3%에서 2018년 15.9%로 4배 커졌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과 밀접한 한국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중국 춘절(설) 휴무 연장 등으로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일부 교통망이 봉쇄되며 물류도 차질을 빚고 있다. 연휴가 끝나고 근로자 중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사업장 전체가 폐쇄돼 생산 감소폭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중국 최대 내륙 컨테이너항인 우한항이 폐쇄돼 우한항과 연계된 상하이항 수출입 화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당장 현지 구매기업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국내 부품 수출기업의 대중 수출과 현지 진출 부품생산기업 매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국내 공장은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쌍용차가 평택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현대차가 주말 특근을 철회하는 등 자동차업계는 이미 부품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경기 꺾이면…살아나던 수출에 '악재'


2003년 사스(SARS) 사태 당시 한국의 대(對)세계, 대중국 수출 증감률./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여파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내 소비‧투자가 위축되고 산업생산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경기가 악화하면 한국도 수출 감소 등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중국은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상대국이다. 대중 수출 중 95%는 중간재와 자본재가 차지한다.

이는 회복 조짐을 보이는 한국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3년 사스(SARS) 사태로 중국의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사스에 본격 대응한 직후인 2003년 5월 한국의 대중 수출 증가율은 27.5%, 전체 수출 증가율은 3.5%로 연중 가장 낮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신종 감염증의 확산 정도에 따라 우리 수출과 공급망 관리에 부정적 영향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中 수출기업에 무역금융 4000억 긴급 공급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정부는 대중 수출입 기업과 현지 진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산업‧무역 비상대응 T/F(태스크포스) 등을 중심으로 민관합동 비상대응체계를 운영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대중 수출기업에는 무역금융 4000억원을 긴급 공급한다. 단기 수출보험 보험료 할인, 보험금 지급 기간 단축 등 기업이 체감 가능한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1분기 중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수출 전시회, 무역사절단 등은 일정을 조정한다. 대중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수출바우처를 우선 지원해 대체 수출시장 개척을 돕는다.

또 코트라(KOTRA) 무역관과 상무관을 중심으로 중국 현지진출 기업의 물류·통관·인력수급 등을 지원한다. 무역협회 '수출애로해소 지원센터'는 대중 수출 기업의 어려움 해소에 나설 계획이다.


생산라인 멈출라…소재부품 수급 범정부 지원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위치한 소재부품 수급 대응 지원센터에서 직원들이 휴일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2019.8.4/사진=뉴스1

중국산 소재·부품·장비의 수급 차질을 막기 위한 지원도 실시한다.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만든 '소재·부품 수급대응지원센터'를 활용해 원부자재 수급·생산차질 등 기업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신속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이미 수급 차질이 현실화된 자동차 부품의 경우 외교경로를 통해 중국 정부에 부품 공장 가동을 요청하기로 했다.

성윤모 장관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을 비롯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비상한 각오를 갖고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속도감 있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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