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긴 부진의 터널을 빠져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해 첫달 수출이 6.1% 줄어들며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지만 일평균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하고 반도체 수출 감소폭이 줄어드는 등 향후 반등 신호가 읽힌다.
정부는 2월 수출 회복을 기대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너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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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달 수출, 14개월째 뒷걸음질━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33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427억3000만달러로 5.3% 줄었다. 이에 따른 무역수지는 6억2000만달러로 96개월 연속 흑자를 거뒀다.
수출 증가율은 2018년 12월 마이너스로 전환한 후 1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한 이후 최장기간 줄어든 것이다.
산업부는 1월 수출 감소의 주 원인을 이른 설 연휴에서 찾았다. 지난해 2월이었던 설 연휴가 올해는 1월 중에 있어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2.5일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번 설 연휴로 1월 수출은 지난해와 46억6000만달러~48억1000만달러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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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평균 수출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체 수출은 줄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수출 회복 신호가 감지된다. 무엇보다도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이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게 긍정적이다.
1월 일평균 수출은 20억2000만달러로 전년대비 4.8% 늘었다. 2018년 11월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를 나타낸 것이다. 산업부는 일평균 수출 20억달러를 중요한 기준점으로 본다.
△반도체(7.8%) △일반기계(6.3%) △석유제품(9.2%) △바이오헬스(52%) 등 주요 20대 품목 중 9개에서 일평균 수출이 증가했다.
전체 수출 감소율을 봐도 추세적 개선 움직임이 뚜렷하다. 지난해 △6월 -13.8% △7월 -11.1% △8월 -14.0% △9월 -11.8% △10월 -14.9% △11월 -14.4%였던 수출 감소율은 12월(-5.2%)부터 올 1월까지 한 자릿수로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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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출 부진 이끌었던 수출 단가도 증가━
지난해 줄곧 하락하며 수출 부진을 이끌었던 수출 단가는 4.4% 증가해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수출 단가는 2018년 12월부터 쭉 마이너스를 기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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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출 대들보' 반도체가 살아난다━
품목별로 보면 전체 수출의 약 17%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살아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반도체 수출은 71억6300만달러로 전년대비 3.4%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2018년 12월(-8.4%)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일평균 수출액도 14개월 만에 플러스를 나타냈다.
단가 회복세와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낸드플래시 고정가격은 7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달 19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년대비 증가했다. D램 고정가격도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20대 주요 품목을 보면 조업일수 탓에 16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했다. 하지만 △선박(59%) △컴퓨터(43.7%) △바이오헬스(36.2%) △화장품(0.6%) 4개 품목은 수출이 늘었다. 조선사 수주 실적 회복, 낸드플래시 가격 회복에 따른 SSD 수출 증가 등에 기인한 결과다.
지역별로는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10.5% 감소했다. 중국 내 경기부진과 춘절 연휴 영향으로 석유화학, 일반기계, 섬유 등 수출이 줄었다. 이밖에 △미국(-7.0%) △유럽연합(EU)(-16.2%) △일본(-6.4%) △중남미(-30.3%) 등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아세안, 독립국가연합(CIS)로 수출은 각각 9.9%, 5.1% 증가했다.
일본과의 수출입에 수출규제가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1월 대(對)일 수출은 6.4%, 수입은 21.9% 감소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하며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7억1500만달러 수준으로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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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수출 반등?…새 불확실성 '신종코로나'━
정부는 2월 수출이 플러스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10월을 저점으로 수출이 살아나고 있고, 이달 일평균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수출 반등 모멘텀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새 불확실성으로 등장한 신종코로나 사태다. 우선 신종코로나는 1월 수출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전체 수출 중 중국 후베이성으로의 수출 비중은 0.3%에 불과하다. 1월 중국으로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했지만 이는 주로 조업일수 축소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내 산업활동이 위축되고 경기가 악화하면 반등 조짐을 보이는 한국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은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상대국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대중 수출 차질이 우려된다"며 "춘절이후 경제활동이 본격 재개되는 2월부터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실물경제 대책반을 가동하고 중국 진출기업과 수출 동향을 일일 단위로 보고하는 체계를 가동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오는 3일에는 장관 주재로 긴급 수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시 대중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수출 회복세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무역보험 지원확대, 해외 마케팅 및 전시회 지원 강화, 애로사항 발굴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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