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인류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이러스 수는 대략 5000여 개 정도다. 역사 속 대표적 바이러스 질환을 꼽으라면 ‘천연두’일 것이다. 고대 이집트 미라에도 자국이 남아 있을 만큼 오래된 질병이다. 치사율이 30%에 가깝다. 천연두만큼 인류 역사에 큰 자국을 남긴 바이러스가 없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1978년 WHO(세계보건기구)는 “더 이상 지구에 천연두 바이러스가 없다”고 공언했다. 인류가 바이러스와 싸워 최초로 승리를 거뒀던 기록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14세기 들어 유럽과 아시아를 덮친 페스트는 약 2억 명을 죽음으로 몰았다. 이어 1918년 창궐한 독감 바이러스(인플루엔자)는 세계 1차대전 때 맹위를 떨쳤다. 총칼로 사망한 군인보다 스페인 독감에 걸려 죽은 군인이 더 많다는 보고가 있다. 그 수가 최대 5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의 위협은 1982년 처음 보고된 에이즈(HIV)때 절정을 이른다. 지금은 좋은 약이 많이 개발돼 걸린다고 해서 사망에 이르지는 않지만 한동안 공포의 대상이었다.
━
현대 들어 신·변종 바이러스 계속 창궐하는 이유는━
현대에 들어와 이런 신·변종 바이러스가 더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온난화와 자연 개발로 야생동물과 사람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든다. 그러다 보니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넘어오는 일이 빈번해졌다. 실제로 신종 감염병 대부분 박쥐 등 동물들로부터 유래된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게다가 옛날에는 야생물의 바이러스가 우연히 사람에게 들어와도 그 사람이 전 세계를 여행하지 않기 때문에 퍼질 일이 없었다. 과거에는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던 토착 질병이었다. 하지만 교통 수단 발달과 국제 교역이 증가하면서 쉽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이동 과정에서 병원균이 변형돼 독성이 더 강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게다가 최근 미세먼지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와 경각심을 일으킨다. 보고서는 미세먼지가 병원균을 군집화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해 일반 병원균 보다 더 내성이 강한 균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
바이러스의 심각성 어떻게 따지나━
사스와 메르스는 호흡기로 전파돼 폐렴을 일으킨다. 에볼라는 손상된 피부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해 혈관을 타고 퍼져 출혈을 일으키면서 사망하게 된다.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가 매개체다. 지카 바이러스는 감염자 80% 정도가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아 심각성을 더한다. 지카는 발진을 일으키고 태아에겐 소두증을 일으킨다. 사망률만 보면 사스는 약 10%, 메르스는 대략 30%로 보고됐다. 에볼라는 감염자의 절반이 사망에 이른다.
━
에이즈 발병 40여년 흘렀어도 백신 없는 이유━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같은 경우에는 아직 백신을 개발하지 못했다. 항원이 너무 자주 바뀌면 백신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HIV는 하루가 다르게 변이를 일으킨다. 그렇기에 백신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 옛 코로나 바이러스도 아직 백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이유에서다.
백신은 개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아울러 무엇보다 ‘집단 면역’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이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장벽이 돼 전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대처법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최근 인수공통감염병이 늘고 있는 만큼 ‘원 헬스’(One Health)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원 헬스는 사람, 동물, 생태계 사이의 연계를 통해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학제 접근법을 말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