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블랙스완'될 수도"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 2020.01.31 08:00

[월가시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블랙스완'이 될 수 있을까? 중국 매출 비중이 큰 기업들에겐 그렇다." (길레스 귀보트 악사인베스트먼트매니저 수석전략가)

'검은 백조'를 뜻하는 블랙스완은 출현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일단 나타나면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는 사건을 말한다.

월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에서 공장들이 줄줄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철수하면서 전세계 공급망을 훼손하고 증시에 충격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세븐스리포트의 톰 이사예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중국 공장 가동 중단이 미래 기업 실적과 경제 성장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판국에 고평가된 주가, 정당화될 수 있나"



30일(현지시간) WHO(세계보건기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이하 비상사태)를 선포했음에도 뉴욕증시는 랠리를 펼쳤다.

WHO가 여행과 무역에 대한 제한이 불필요하다고 밝혔다는 소식에 항공주들이 반등을 이끌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24.99포인트(0.43%) 오른 2만8859.44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244포인트까지 낙폭을 키웠다가 장막판 WHO의 기자회견 직후 급반등했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전일 대비 10.26포인트(0.31%) 뛴 3283.6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3.77포인트(0.26%) 상승한 9298.93으로 마감했다.

INTL FC스톤의 유세프 압바시 이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투자자들은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판국에 지금처럼 고평가된 주가가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낙관론도 없지 않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에릭 와이노그래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현 시점에서 긍정적 변수보다는 부정적 변수가 더 많아 보인다"면서도 "큰 충격이 있지 않는 한 (회복이라는) 경제의 근본적 흐름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HO "여행·교역에 불필요한 방해는 불필요"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WHO는 이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긴급 이사회를 연 뒤 기자회견을 통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중국에서 사망자가 약 170명으로 늘어나고, 미국에서도 사람간 2차 감염 사례가 확인된 지 몇 시간 만에 발표된 조치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전례없는 발병을 초래한 병원체의 출현을 목격했다"며 "지금 우리는 확산을 막기 위해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전 세계적으로 7834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중국내 확진자는 7736명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만 약 17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는 "현재 중국 이외에도 18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98건 발생했다"며 "이 가운데는 독일, 일본, 베트남, 미국 등 4개국에서 8건의 사람 간 전염 사례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이 바이러스가 보건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로 퍼질 경우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그런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금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상사태 선포는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이기도 하다"며 "이번 선언은 중국에 대한 불신임 결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비상사태 선포에도 국제적인 여행과 교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조치가 있을 이유는 없다"며 "우리는 모든 국가가 증거에 기초한 일관된 결정을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서 첫 사람간 전염 사례 발견



WHO는 심각하고, 이례적이거나 예기치 못한 예외적인 사건에 한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돼 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WHO는 해당 지역에 조사단을 파견하고 출입국 제한을 권고할 수 있다. 감염 국가의 거주자들이 건강, 위생 권고를 준수하도록 설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권고 사항에 강제력은 없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앞서 WHO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2014년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9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까지 모두 5차례 비상사태를 선언한 바 있다.

WHO는 지난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아직 국제적인 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26일 발표된 상황보고서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위험 정도를 '보통'에서 '높음'으로 격상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일리노이주 보건당국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에서 처음으로 2차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다녀오지 않고 감염된 미국 내 최초 사례다.

이번 사례로 미국은 중국을 포함해 2차 감염자가 발생한 5번째 국가가 됐다. 이로써 미국 내 확진자는 5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주, 애리조나주, 워싱턴주 등에서도 확진자가 보고됐다.

해당 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여행하고 돌아온 뒤 감염된 일리노이주 시카고 거주 여성의 배우자다.

이 여성은 중국을 여행하고 지난 13일 귀국한 이후 감염 진단을 받았다. 남편은 최근 증상을 보여 즉시 병원에서 격리 조치 됐다. 이들 부부는 모두 60대이며 현재 입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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