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스크 쓰고 트랙터 몰고 나온 아산 주민들 "왜 우리동네냐"

머니투데이 아산(충남)=김훈남 기자 | 2020.01.29 17:17

(종합)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9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부처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우한 귀국 국민 임시 격리시설을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2곳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발생지 중국 우한에 거주 중인 우리 교민을 전세기로 귀국시키는 가운데, 귀국 후 교민들의 격리 시설로 지정된 아산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와의 논의 없이 중앙정부 일방향적인 정책 결정에 반대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 직전 후보지로 꼽힌 천안에 이어 아산지역 주민반발까지 이어지면서 잡음이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에 숨죽인 아산, "답답하고 불안해"


29일 오후 미세먼지 수치가 '좋음'을 나타내는 와중에도 천안아산역을 이용하는 승객 가운데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침과 그 과정에서 나오는 침으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가능하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마스크를 챙겨나온 모습이다.

실내임에도 역사 내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직원들은 모두 두꺼운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착용했고, 칸막이를 앞에 두고 승객을 맞이하는 매표소 역무원 역시 마스크로 겹겹이 무장했다.

역사 내 분식점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전날 저녁 본사로부터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일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열기가 있는 작업환경에서) 답답해 죽겠지만 손님을 위한 것이니 참고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을 찾은 회사원 이다해씨(22)는 "정부만 믿고 기다리라지만 답답한 상황"이라며 "중국인 입국 금지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들 마스크 등 예방대책에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인 택시기사 이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소식 이후 거리에 사람이 확 줄었다"며 "아산에 우한 교민들을 수용한다는 소식이 오늘 아침 들리면서 손님들도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인재개발원에 우한교민 수용…주민들 "왜 천안에서 아산이냐"


29일 오후 아산 초사동 주민들이 경찰인재개발원 앞 진입로를 농업용 트랙터로 막고 농성에 나섰다. 이들은 경찰인재개발원에 중국 우한 교민을 위한 격리시설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천안아산역에서 택시를 탄 지 10분이 좀 넘어가자 아산 초사동 소재 경찰인재개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에는 개발원 파견 경찰관이 묶는 숙소와 일부 상가들이 위치했다.

정부가 30~31일 전세기로 입국한 교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격리시설을 설치하기로 한 곳 중 하나다. 나머지 격리시설 하나는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마련한다.

정부의 격리시설 설치 방침이 알려지자 지역주민들은 경찰인재개발원 앞 500m(미터)가량 진입로를 막아서며 농성에 돌입했다. 농업용 트랙터 9대가 차례차례 도착했고, 천막과 간이의자도 뒤를 이었다.

농성 시작 소식을 들은 경찰은 곧바로 질서유지에 착수했고, 경찰이 설치한 시위 경계를 넘어 진입하려는 주민들로 종종 고성이 오갔다. 일부 참여자는 도로를 우회해 경계선 안쪽으로 트랙터를 주차하기도 했다.


현장에 나온 한 주민은 "천안은 시민이 나서서 (수용지 지정 방침)을 철회했는데 아산시민은 왜 받아들여야 하냐"며 "받아들이다 보면 끝이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주민은 "중국에서 사람들이 들어온다는데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농성을 예고했다.

오후 3시40분쯤 전남수 아산시의회 부의장이 마이크를 들며 집회를 시작했다. 전 부의장은 "왜 교육원(경찰인재개발원)에 바이러스 환자가 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충북에도 인근에 질병관리본부 등 의료시설이 있는데 이런 곳에 우한 교민이 오는 게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는 행정(아산시) 지방의회와 상의없이 수용을 결정했고 환자가 오면 여파를 걷잡을 수 없다"며 "우리가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환호로 전 부의장을 지지했다.

성명서 발표를 맡은 이의상 아산시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교민 귀국방침은 환영한다"면서도 "천안을 격리시설 후보지로 검토하다 힘의 논리에 의해 아산으로 옮기는 건 부당하다"고 외쳤다.



"크게 걱정 안 해…자기 가족이라고 생각해보길" 정부 결정 인정하는 여론도


29일 천안아산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일부 천안·아산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격리시설 설치방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살고 있다는 김모씨(68)는 "국민 모두가 포용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며 "격리시설의 입지는 국가가 검토해서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물론 아산에 안 오면 좋겠지만 내 가족이 (우한 교민과) 비슷한 상황이 됐다면 생각하며 결정에 따르면 좋겠다"며 "예방수칙을 지키며 빨리 이번 바이러스 유행이 지나가길 바라겠다"고 덧붙였다.

자녀와 함께 대전으로 이동하던 천안 주민 백모씨(53)는 "평소 (전염병에 대해) 걱정을 안 하는 편"이라며 "(우한에서) 오신 분들이 확진은 아니니까 천안 아산 지역 시민들이 공포에 떨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백씨는 인터뷰 중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를 궁금해하는 자녀에게 "그분들이 바이러스인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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