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네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진자를 통해 우리 방역체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우한시에서 입국한 사람을 공항과 병원은 자유롭게 활보하도록 풀어줬고 보건당국은 수동적인 대응으로 일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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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패스 우한 입국자, 이제야 전수조사━
보건당국은 이미 최장 14일의 잠복기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우한발 항공기 탑승자에 대한 검역에 소극적이었다. 당시 의심환자 기준은 최근 14일 이내 우한을 방문한 폐렴이나 폐렴 의심자였다. 세번째 확진자가 나오고서야 기준을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중 하나라도 나타난 경우로 확대시켰다.
전조가 있었다. 지난 8일 원인불명의 폐렴 증상을 보여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치료를 받던 중국인 여성은 입국 당시 기침과 발열이 없다는 이유로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검사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기침과 발열 증상만으로 의심환자 내지는 능동감시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숫자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적극적 감시를 하지 못한 우한 입국자 3000여명은 현재 전수조사 대상자가 됐다.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선제적 조치들이 강력하고 발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한 직후다.
2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시킨 것도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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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따라 적용하는 WHO 발표━
외신 등에 따르면 WHO는 자신들이 펴낸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신종 코로나의 위험 수준을 '보통'에서 '높음'으로 격상시켰다. 중국 내에서는 '매우 높음', 글로벌과 지역 수준으로는 '높음'으로 표기했다. 지난 23~25일 보고서에서 위험 수준을 '보통'으로 잘못 표기했다며 '실수'라고 인정했다.
지난 24일 신종 코로나의 국제 비상상태 선포를 유보했던 WHO는 위원회 재소집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국제 비상상태로 선포하면 WHO 회원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위한 국제 공조에 협력하고 WHO는 출입국, 여행 제한 권고를 할 수 있다.
반면 우리 보건당국은 무증상 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에 대해선 WHO보다 부정적인 시각이다. 중국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 무증상 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우리 정부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때문에 무증상 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역체계를 가동시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메뉴얼에 따른 기계적 대응으로 바이러스 확산에 수동적으로 대처해선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국가적 책무를 다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경진 무소속 의원은 "세번째, 네번째 확진자 발생은 방역 시스템의 구멍을 보여 준 것"이라며 "이제 수동적인 방역에서 벗어나 선제적인 방역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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