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개학 연기" 선제 검토했다가 복지부 제동에 한발 물러서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1.28 16:50

보건당국 "아직 그 단계 아니다"…학부모만 혼란
교육청 "현장 의견수렴 거쳐 계속 부처협의 진행"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정부가 중국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상향 조정한 가운데 28일 개학한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0.1.2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 우려로 학부모 불안감이 커지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개학 연기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와 보건당국이 아직 '개학 연기' 단계가 아니라며 제동을 걸었다. 부처 간 엇박자로 개학을 앞둔 학부모들 혼란만 커졌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28일 오전 우한폐렴 관련 실·국장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중국의 초기 대처가 미흡해 전세계적 문제로 확대됐다"라며 "상황에 따라 개학 연기까지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명절이 지나며 초기엔 방심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 됐다"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폭넓게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이 대책회의에서 '개학 연기'까지 언급한 것은 국내에서 네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학부모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초등학교 개학을 연기하자는 한 학부모의 청원이 전날(27일) 올라와 이날 오후 4시30분까지 4000여명에 달하는 동의를 받았다. 시민청원은 1만명 이상 동의하면 교육감이 직접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대책회의 이후 서울교육청은 개학 연기에 대해 학교장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교육부, 보건복지부와 협의에 들어갔다. 교육청은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구로·금천·영등포구 3곳만 개학을 연기하는 방안과 서울 전체 초·중·고로 확대하는 2가지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보건복지부 협의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교육부에서 마련한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국가 감염병 재난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로 격상되면 휴업이나 휴교를 검토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국내에서 네번째 확진자가 발생하자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격상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다.

다만 휴업이나 휴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등 보건당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교육부장관이나 교육감이 감염병 발생 등을 이유로 학교에 대해 휴업 또는 휴교를 명령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국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상향 조정한 가운데 28일 개학한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맞아 수돗가에서 손을 씻고 있다. 2020.1.2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그러나 보건당국은 물론 교육부도 현 단계에서 일괄적인 개학 연기와 같은 휴업은 아직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학 연기는 보건당국과 협의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학부모가 불안해 하니까 개학을 연기해야 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보건당국은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발생한 확진환자 4명은 중국에서 감염돼 국내로 들어온 상황이고 국내에서 감염이 전파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만약 국내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개학 연기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보건당국과 교육부 반대에 부딪히자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설명자료를 내고 "각급 학교에 대한 휴업 및 개학 연기는 현장 의견 수렴(교장단 회의)과 법적 검토를 거쳐 교육부 및 보건복지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선제적으로 '개학 연기' 방침을 굳혔다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 불안감을 덜어주기 선제적 대응을 하는 차원에서 '개학 연기'를 적극 검토한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일률적인 개학 연기가 오히려 더 학부모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하루 이틀 진행상황을 지켜본 뒤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개학 연기'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건 유치원과 초등학교 개학이 대부분 이번주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도 고려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유·초·중·고 총 2124개교(유 812·초 602·중 390·고 320개교) 중 유치원 605곳, 초등학교 98곳, 중학교 26곳, 고등학교 8곳 등 총 737곳이 이날까지 개학했다.

유치원의 경우 29일 48곳, 30일 83곳, 31일 20곳 등 이번주에 대부분 유치원이 개학한다. 2월초 개학하는 유치원은 56곳에 불과하다. 초등학교도 29일 148곳, 30일 265곳, 31일 32곳 등 이번주 개학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2월 개학은 32곳뿐이다. 29곳은 1월에 졸업식을 하고 3월2일 개학하는 학교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4000여명으로 최다 추천을 받은 '(긴급) 개학 시기 늦추는 방안을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청원 외에도 '개학 연기'나 '휴교'를 요구하는 시민청원이 13개나 게시된 상태다. 이날 오전만 해도 7개 정도였으나 시민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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