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최대전력수요가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따뜻한 겨울 날씨가 전력수급에 여유를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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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전력 피크수요 5년 만에 최저━
3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29일까지 기록된 올 겨울 최대전력수요는 8235만kW(1월16일)였다. 이는 지난 겨울(2018년 12월~2019년 2월) 최대전력수요 8608만kW(2018년 12월28일)보다 373만kW, 4.3% 낮은 수치다. 하루 중 최대전력수요의 평균치도 전년 겨울 7538만kW에서 올 겨울 7329만kW로 2.8% 떨어졌다.
겨울철 최대전력수요가 올 겨울보다 낮았던 것은 5년 전인 2014년 겨울(2014년 12월~2015년 2월) 8015만kW가 마지막이다. 최근 난방 에너지원이 석유나 가스 대신 전력으로 바뀌고, 이상한파가 닥치면서 겨울철 최대전력수요는 △2015년 8297만kW △2016년 8366만kW △2017년 8824만kW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올 겨울 최대전력수요는 정부 예상도 빗겨갔다. 지난해 11월2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겨울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에 따르면 올 겨울 전력피크 시점은 1월 넷째주로, 예상 최대 전력수요는 8860만kW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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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경기 부진→전력 사용도 축소?━
올 겨울 전력 수요가 줄어든 주요 원인으로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꼽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9일까지 올겨울 전국 평균 기온은 2.8도로 집계됐다. 전년 겨울 1.3도보다 1.5도 높았고, 유난히 추웠던 2017년 겨울 -0.8도보다는 3.6도 높았다.
경기 침체도 전력 수요 축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 '전력통계 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전력 판매량은 47만5767GWh로 전년 동기대비 1.1% 줄었다. 특히 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판매량이 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전력 판매는 지난해 4월부터 줄곧 마이너스다.
전력 수요는 보통 국내총생산(GDP)과 흐름을 같이한다. 정부도 수요를 전망할 때 성장률을 반영한다. 최근 경기 부진에 따라 기업 생산 활동이 축소되면서 필요한 전력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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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설비 남아돈다…"수요관리 능력 키워야"━
필요한 전력이 줄어들자 남아도는 전력설비도 많아졌다. 올 겨울 평균 공급예비력은 1958만kW, 예비율은 28.4%였다. 이는 1GW급 원전 약 19기가 만들어내는 양과 같다.
공급예비력은 고장이나 정비 등으로 가동이 불가능한 설비를 뺀 전체 발전 가능 용량에서 최대전력 수요를 초과하는 예비전력을 의미한다. 예비율은 이를 백분율로 환산한 것으로 전력수급에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를 나타낸다.
정부는 전력수급 비상 대응 매뉴얼상 예비력 500만kW, 예비율 5%를 기점으로 수급경보를 발령한다. 통상 예비력 1000만kW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본다. 현재의 예비력은 이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정부는 올 겨울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 발전 가동을 최대 15기 멈추고 가동 석탄발전소도 80%로 출력을 줄이는 상한제약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발전설비 용량이 꾸준히 확충된 데다 예상보다도 피크수요가 더 줄어들면서 수급에 여유를 갖게 됐다.
예비력이 많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전력수급에 여유가 생겨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좋지만 전력공급이 수요보다 지나치게 많다면 자원 낭비이기 때문이다.
김진우 건국대 산학협력중점교수는 "최근 기후변동성과 민감도가 커진 만큼 전력 수요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DR(수요관리) 시장과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수요관리 능력을 키우는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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