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중국을 거점으로 재연된 전염병 사태에 삼성전자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일차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확산에 따른 인적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사스 당시의 실적 트라우마가 여전히 큰 까닭이다.
삼성전자는 사스 사태에 따른 경제 여파가 본격화했던 2003년 2분기 당시 매출 9조8400억원, 영업이익 1조16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2.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2% 줄었다.
사스 사태로 중국 경기가 얼어붙고 국내 경기도 침체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당시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20%가량을 차지했던 중국 수요가 위축되면서 '애니콜'을 앞세워 중국 공략에 속도를 내던 삼성전자의 전략이 큰 차질을 빚었다. 그해 2분기 휴대폰 매출은 1분기보다 10%가량 떨어졌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우한폐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지만 반도체 부문에서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 대부분이 여전히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다. 중국 경기위축이 삼성전자 실적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매출 비중이 17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는 점에서도 걱정이 크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에서 중국시장 비중은 20%를 웃돈다. 2018년 30%를 돌파했다가 지난해 미중무역갈등이 확대되면서 다소 줄었지만 지역별 매출에서 북미에 이어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힌다.
경영진에선 최악의 경우 올해 사업계획을 다시 짤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분위기다. 설 연휴 직전 우한폐렴 사태가 국제 이슈로 부각하면서 전략·기획부서를 중심으로 중국 현지 상황 파악과 대책 검토, 고객사 동향 분석 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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