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님 새해 복 많이…^^" "제 번호 어떻게 알고?!"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 2020.01.24 12:43
21대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전화번호 불법 수집이 의심된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메시지에 의무적으로 적히는 118번(빨간 동그라미 안)으로 신고하면 된다. /사진=독자 제공 스마트폰 화면 갈무리


# [안녕하세요! 서울 ○○ 지역 예비후보 XXX 후보입니다.]

# 경기도 직장인 진상훈씨(가명·30)는 지난해 연말부터 주기적으로 이런 식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있다. 21대 총선 예비후보들로부터다. 지역구 후보도 아닌 여러 명에게서 일주일에 너댓통씩 받는다. 설 연휴를 앞두고는 명절 인사가 추가된 메시지까지 받으면서 빈도가 좀 더 잦아졌다.

진씨는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이 내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고 문자를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설 연휴 전후로 본격적인 선거철이다. 설이 지나면 4·15 총선까지 80일도 채 남지 않는다. 후보자들이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메시지 선거 운동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피로감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해 수준' 후보자 홍보 문자 세례…왜 이렇게 많이 오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선거 운동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적법하다. 새해 인사부터 지지 호소까지 내용도 상관 없다. 단 공직선거법 제59조 2항이 규정한 절차와 요건을 따라야 한다.

자동동보통신을 활용해서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후보당 8번만 문자를 보내도록 한 규정이다. 자동동보통신은 한 번에 수백명에게도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후보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번호 1개를 신고하고 '선거운동정보' 머릿말을 붙여 발송할 수 있다. 자동동보통신 발송이 8번을 초과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도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선거운동 현장에서 후보당 '문자 8통'만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휴대전화로 일일이 20명 이하 연락처를 입력해 발송하는 건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선거운동정보' 머릿말도 적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지지 호소 문자를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선거 캠프에서는 문자메시지 발송 담당자를 따로 둔다. 20대 총선에서 선거 캠프 총괄을 맡았던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캠프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발송 목록에 많게는 10만개의 연락처를 확보해 보냈다는 캠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보좌관은 "문자메시지가 홍보 효과가 크진 않다"면서도 "다만 정치 신인들은 인지도가 약해서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문자메시지 발송에 목을 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2016년 3월3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선거벽보를 첩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개인정보 유출 소지도…현실적으로 단속 어려워


사정이 이러니 후보마다 연락처를 확보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18대 국회부터 중진 의원을 보좌한 한 보좌진은 "당원들이 지인을 총동원해 연락처를 가져오는데 관변 단체나 부녀회·총동창회 등 민간단체 명부를 넘겨받곤 했다"며 "주차장을 돌며 차량 유리창에 적힌 전화번호를 수집하는 것도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이밖에 선거철마다 '연락처 브로커'도 활개친다는 설명이다.

거의 대부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 방법이다. 휴대전화 번호가 정보주체인 연락처 주인들 동의 없이 몰래 수집된 경우가 많다. 개인정보보호법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연락처 출처를 유권자에게 뚜렷하게 밝혀야 위법이 아니다"라며 "선관위에도 이를 후보들에게 안내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 부처에서 이를 단속하기 쉽지 않다. 선관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관련은 행안부 소관"이라고 한 반면 행안부 관계자는 "부처에서 일일이 선거운동 현장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먼저 캠프 측에 전화해 어디서 번호를 구했는지 묻고 얼버무릴 경우 신고하는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신고를 원한다면 한국인터넷진흥원 긴급신고 번호 118로 신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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