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와 '성인지 감수성' 관련 판결 주의해서 살펴야

머니투데이 중기&창업팀 고문순 기자 | 2020.01.23 17:37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제1항에서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제2항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하여 증거재판주의를 선언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라고 하여 자유심증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권오훈 변호사/사진제공=법률사무소 훈
자유심증주의에서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한다. 다만,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러한 전제에서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일관된 대법원 판결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해석해 본다면, '피해자의 진술 중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지 않거나,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있거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만한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면,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성범죄 사건에서 변론은 이러한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소위 '성인지 감수성' 판결이 이슈가 되고 있다. 대법원은 대법원 2017도74702 판결에서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해온 점 등에 비춰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여성인 성폭행 피해자의 말을 무조건 믿으라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성인지 감수성’ 판결의 취지는 여성 피해자의 말을 무조건 믿으라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사정과 상황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미성년자인지, 지적 장애인인지, 가해자와 어떠한 특수한 관계가 있는지 등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사정과 상황을 모두 고려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권오훈 변호사(법률사무소 훈)는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과 심리 상태에 대한 공감 및 충분한 배려를 말하는 것이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배제하는 기준은 아니다. 따라서 당사자는 관련된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도움글 / 권오훈 변호사(법률사무소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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