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에는 아주 소수의 '운 좋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만 고속버스로 귀성길에 오를 수 있다.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 차량이 수요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이다.
2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는 30대 안팎이다. 전국 고속버스 9500여대의 0.3%에 불과하다. 현재 시범운영 중인 노선도 서울∼부산, 서울∼강릉, 서울∼전주, 서울∼당진 등 4개 정도며 개조된 버스는 휠체어 2대를 실을 수 있다.
특히 설에는 운행 횟수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평시에는 하루당 휠체어 탑승 가능 버스의 운행 횟수가 2~3회지만, 버스 이용객이 급격히 늘어나는 설 명절에는 1회만 운행한다. 22일 코버스(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예매 사이트에 따르면 24일 설 당일 서울에서 부산으로 운행하는 버스는 오후 7시 10분에 출발하는 것 하나 뿐이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하루에 한 대 있는 버스를 타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지방에 내려가느냐"며 "휠체어 탑승 버스 도입은 환영할 일이지만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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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탑승 버스 도입, 예산·인식 모두가 부족하다━
올해 연말까지인 시범기간 운영 동안 배정받은 예산은 13억4000만원이다. 버스 개조, 휠체어 탑승을 쉽게 만들기 위해 터미널과 휴게소를 개선하는데 쓰는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휠체어 탑승 승객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크다. 기존 버스들은 휴게소에서 쉬는 시간을 15분 정도 소요하지만 휠체어 탑승 버스는 30분을 쓴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더 긴 휴식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늘어난 휴식 시간만큼 도착 시간은 늦어진다. 비장애인 승객이 휠체어석에 있는 장애인에게 "당신 때문에 내가 집에 늦게 간다"는 핀잔을 주기도 일쑤다.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사업 도입을 진행 중인 담당 국토교통부 직원들은 버스 업계의 반대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버스 기사들도 휠체어를 버스에 올리고, 줄을 꺼내 고정시키는 '추가 노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시범운영을 진행하기로 버스 업계와 합의한 상태"라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보완점들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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