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 지나간 자리에 유적이… 피라미드보다 오래돼

머니투데이 오진영 인턴기자 | 2020.01.22 18:01

5개월째 계속되는 호주의 '대형 화재'…화마 휩쓴 자리서 중요 유적 발견돼

화재로 불탄 자리서 발견된 호주의 유적. / 사진 = 러시아투데이(Rusia Today)

5개월째 국가급 화재가 이어지고 있는 호주에서 수천 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대규모 인공 수로(물이 흐르는 길)가 발견됐다. 해당 수로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21일(현지 시간) 인디펜던트·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의 빅토리아 주 남서부에 위치한 부즈 빔(Budj Bim)화산 국립공원서 길이 25m에 달하는 거대한 수로가 발견됐다. 이번 발견은 지난해 12월 '호주 화재'로 인해 수풀이 파괴되면서 드러난 것으로, 지금껏 발견된 어떤 수로보다 크다.

해당 시설을 발견한 호주 원주민 단체의 관리인 데니스 로즈(Denis Rose)는 "이 곳의 화재가 다른 곳보다 심각하지 않았다는 것은 행운"이라면서 "화재가 숲 전체를 태우지 않고 일부 덤불만을 태워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로가 발견됐다"라고 밝혔다.

대규모 화재로 인해 불탄 콘다 호수(Lake Condah)인근의 숲. 덤불이 불타자 감춰져 있던 수로가 드러났다. / 사진 = ABC 뉴스


전문가들에 의하면 해당 수로는 6600여 년 전 호주 토착민들이 뱀장어 양식을 위해 물을 이동시킬 때 사용하던 시설이다. 가장 오래된 유적 중 하나로 꼽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4000~4700여 년 전 건축된 것을 감안하면 고고학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이 수로를 건설한 '군디츠마라(Gunditjmara)'부족의 원주민들은 이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화산암을 이용했다. 인근 콘다 호수(Lake Condah)까지 길게 연결된 이 수로는 평소 짙게 우거진 덤불 탓에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불과 20여 미터 거리에 사람들이 오가는 보행로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번 화재가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이번 발견에는 화재가 심하게 번지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처한 소방관들의 공도 컸다. 로즈 관리인은 "중장비와 통제 기술을 활용한 소방 당국의 '진압 작전'은 매우 훌륭했다"면서 "만약 산불이 더욱 심하게 번졌다면 이번 발견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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