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완' 공포…글로벌 자본 2500억弗, '그린본드' 찍었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20.02.04 05:10

[2020 새로운 10년 ESG]6-<1>2007년 첫 발행…파리기후협약 체결 후 급성장…낮은 조달비용·사회가치창출 등 일석이조 효과…美·中·佛 주요시장, 올해 규모 4000억불 전망

편집자주 |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그린스완(Green Swan·녹색백조)이 온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달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대비해야 할 리스크로 ‘기후 변화’를 꼽고 ‘그린스완’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미국 경영학자 나심 탈래브가 제시한 ‘블랙스완’(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에 빗대 기후 변화가 초래할 경제·금융 위기를 ‘그린스완’으로 명명한 것이다.

글로벌 최대 ETF(상장지수펀드) 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최근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환경 변화가 경제를 뒤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기후 변화로 홍수가 빈발하거나 대화재가 발생하면 집을 담보로 하는 30년 모기지론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처럼 대출기관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리스크’로 기후 변화를 꼽을 수 있지만, 어떤 금융회사도 이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핑크 회장은 그러나 “기후변화가 회사의 미래를 판단하는 데 있어 주요 위험이 된 데 반해, 금융 시장은 느리게 변화하고 있다”며 “기후 위험으로 투자자들은 금융에 대한 핵심 가정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리스크를 뜻하는 '그린스완'이 화두가 되고 있다/국제결제은행(BIS)의 '그린스완' 보고서 캡쳐



환경 리스크에 대비한 그린본드, 300조로 급성장


이처럼 자본시장에선 기후변화 등 환경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의 자본조달·투자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시도가 ‘그린본드’(Green Bond)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이다. 2007년 첫 발행 됐지만,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된 2015년부터다. 그린본드 발행 자금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오폐수 처리·대기오염 절감 등 환경 오염 예방 및 절감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 운송수단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에너지 효율화 등에 쓰인다.

국제기후채권기구(CBI)에 따르면 지난해 그린본드를 포함한 친환경 채권 및 대출 규모는 2549억달러(약 299조7624억원)에 달했다. CBI의 예상치인 2300억~2500억달러(270조4800억~294조원)를 웃돈 것이다. 올해는 3500억~4000억달러(411조6000억~470조4000억원)로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2021~2022년에는 시장 규모가 1조 달러(1176조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 요청 예정)

그린본드 발행 주체는 민간기업부터 공기업, 정부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평균 금리를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낮은 게 일반적이다. 민간 대기업들이 그린본드에 몰려드는 것도 낮은 조달 비용, 친환경 시장 활성화, 공공이익과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의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지난해 20억유로(2조6000억원) 규모의 6년물, 12년물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당시 그린본드 6년물의 일드는 3.2베이시스포인트였는데, 당시 6년물 일반 채권의 일드인 4.9베이시스포인트보다 낮았다. 애플은 2016년 15억달러(1조7640억원), 2017년엔 10억달러(1조1760억원)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그린본드로 조달한 자금은 에너지 고효율 및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 개발, 애플 공급업체들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지역별로는 미국, 중국, 프랑스가 그린본드의 주요 시장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행된 그린본드(대출 제외) 규모는 506억달러(59조5056억원), 중국은 301억달러(35조3976억원)?, 프랑스는 295억달러(34조6920억원)?였다. 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전략사업의 하나로 녹색금융을 강조하면서 지난 2016년부터 발행량이 급격히 늘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해 말 양적완화(QE) 수단으로 그린본드를 집중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본드 공급과 수요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SG까지 목적 확대…자금 사용처 검증이 남은 숙제


그린본드 시장이 커지면서 전용 거래시장도 생겨났다.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는 2016년 그린본드 유통을 위한 전용 플랫폼을 구축했고, 영국·노르웨이·이탈리아 거래소도 그린본드 전용 플랫폼 및 상장 공시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환경(E) 외에도 사회(S), 지배구조(G) 등으로 자금 사용 목적을 넓힌 ESG채권도 발행된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글로벌 연기금들이 적극 투자에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공적연금(GPIF)은 지난달 16일 미주개발은행(IDB)과 손잡고 소셜본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GPIF가 투자를 일임한 운용사에서 IDB의 소셜본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IDB는 조달한 자금을 남미 및 카리브해의 청소년 교육 및 고용에 사용할 예정이다. 히로 미즈노 GPIF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성명서에서 “환경·사회 문제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운용 자산 전체의 장기적인 수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ESG를 고려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GPIF는 채권투자에서도 ESG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숙제도 있다. 친환경 또는 ESG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태양광 발전을 하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를 위해 숲을 없애는 건 환경적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석탄·석유 연료를 줄이려고 천연가스나 원자력에 투자하는 게 반드시 친환경적인 것만도 아니다. 환경 친화적 활동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그린워시’(greenwash)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린본드나 환경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의 용처를 투자자들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인투자포럼 책임연구원은 “환경 변화가 금융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그린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그린본드, ESG채권은 자금을 조달받는 입장에서 금리가 유리해 인기가 있지만, 어떻게 공통된 정의를 만들 것이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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