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붕어빵 노점 수는 2년 전에 비해 10~20% 가량 줄었다. 원재료값 상승에 받는 붕어빵이 적어지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이에 기존에 붕어빵을 팔던 이들이 문을 닫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처음 붕어빵이 국민 간식이 된 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시절을 겪으며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대거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면서다. 2000년대는 붕어빵의 황금기였다. 1999년부터 붕어빵이 프랜차이즈화되면서 지점이 빠르게 늘어났고, 김치·슈크림 등 다양한 맛까지 등장해 남녀노소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큰 붕어빵을 1000원에 적으면 4개, 많으면 10개까지 줬기 때문에 붕어빵은 서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겨울철 필수 간식이 됐다.
하지만 물가가 상승하면서 '겨울 간식=붕어빵'이란 공식도 깨졌다. 가스, 밀가루, 통팥 등 원재료 물가 상승률을 견디지 못한 노점상들이 붕어빵 장사를 접고 떠나면서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동에서 10년 넘게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물가가 하도 올라서 붕어빵 장사로는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붕어빵 장사를 시작할 땐 가스 1통에 1만원이 안됐는데, 지금은 4만원이 넘는다"고 토로했다.
수지타산이 맞으려면 가격을 인상해야하지만, 저렴하고 푸짐하다는 붕어빵 특성상 가격 인상이 어려워 수익은 오히려 줄었다. A씨는 "처음 시작할 땐 이 큰 붕어빵이 1000원에 4개였는데, 지금은 1000원에 2개를 준다"며 "그래도 남는 게 없지만, 손님들은 비싸다고 아우성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서 잉어빵 노점을 하는 B씨의 설명도 유사했다. B씨는 "몇년 전에 비해 팔리는 게 없다"며 "수익이 남으려면 비싸게 받아야하는데 손님들이 3개에 1000원이 비싸다면서 잘 사지 않아 그것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기가 안좋아서 손님들 지갑이 안열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겨울철 간식을 파는 노점상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노점상 위치를 공유하는 지도도 만들어졌다. 구글 오픈 맵을 활용해 2017년 11월에 만들어진 '대동풀빵여지도'다. 많은 누리꾼들은 자신의 지역 붕어빵 노점을 직접 표시, 편집해 다른 이들과 붕어빵 파는 곳 정보를 나누고 있다.
사라진 겨울철 노점상들의 빈 자리를 채운 건 다름 아닌 편의점이다. 편의점의 경우 이미 영업중인 가게에 간식용 기계 한 대를 더 들이는 차원에 불과해 리스크가 적고, 인건비도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기에 겨울철 간식 판매에 나서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자가 직접 가게를 찾아다녀야하는 노점상과 달리 곳곳에 분포해 24시간 어느때나 찾을 수 있다는 점도 편의점이 겨울철 노점상을 대체하는 데 주효한 영향을 줬다.
직장인 이모씨(31)는 "붕어빵이나 잉어빵을 좋아해서 판매하는 곳이 있으면 이를 외워두고, 회사 동기들에게도 '어디에 붕어빵 노점이 있다'고 알려 함께 사러가곤 했는데, 너무 없어져 요즘엔 대신 회사 바로 앞 편의점에서 호빵이나 군고구마 등을 사먹는다"고 했다.
김민규 BGF리테일 신선식품팀장은 "겨울철 군고구마 등을 접할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자 편의점이 그 대체 구매처로 자리매김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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