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빚내 짓는 3만5000㎞ 고속철도, 경제를 살릴까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20.01.22 09:00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고속열차/사진=로이터
중국이 2022년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놓은 베이징-장자커우 고속철이 지난해 말 운행을 시작했다. 장자커우시 싸이베이는 연 수백만 명의 '스키어'들이 찾는 스키 명소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이곳에서 스키 종목이 개최될 예정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승객 수가 적을 거란 애초 예상과는 달리, 지난 2주간 베이징-장지아커우 구간 평균 예매율은 85%에 달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이 구간이 "성공적으로 개통했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고 전했다.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해당 구간 철도를 “중국 발전과 중국의 국력 회복을 보여주는 예”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중국은 2009년부터 10년간 1조 달러(1000조 원)를 '고속철' 건설에 쏟아부었다. 그동안 놓았고 앞으로 놓을 철도 길이를 모두 합치면 3만5000km, 세계에서 가장 길다. 정부는 이렇게 만든 고속철도가 꾸준한 성장 창출원이 돼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끌어올려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빚으로 만든 '고속철 굴기'


중국 고속철도 건설 현장/사진=AFP
6%대 성장률을 간신히 유지 중인 중국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 창출원이 절실했고, 정부는 고속철을 이를 가능케 할 인프라 투자의 핵심으로 봤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청사진과는 달리, 철도를 깔고 투자를 총괄하는 중국철도총공사(CSRG)는 부채에 짓눌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CSRG의 부채는 5조4000억 위안(700조 원)으로 전체 자산 65.6%에 달했다.

무거운 부채에도 중국 최고경제기획기구인 국가개발개혁위원회(발개위)는 올해 철도 투자에 8000억 위안을 배정했다. 지난해 12월엔 총 1296억 위안 규모의 3개 고속철도 사업을 승인했다.

중국 국무원이 지방정부에 올해 부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주문했을 정도지만, 고속철 건설만큼은 예외인 셈이다. 후웨이쥔 홍콩 맥콰이어캐피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프라 건설이 경기부양책이 될 순 있으나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건 명백하고, 부채축소와 경제 활성화 모두를 잡을 순 없다”고 지적했다.



'만리철도'에 대한 국가적 자부심


중국 고속철도 건설 현장/사진=AFP
이런 지적에도 중국 정부가 고속철에 돈을 붓는 이유는 이 사업이 가져오는 파급 효과에 있다. 마틴 레이저 세계은행 한국·중국·몽골 담당 국장은 “사업이 철도 부문을 넘어 도시개발 방식, 관광업, 지역경제 성장촉진 등에도 영향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미국과의 갈등 등으로 경기둔화 지속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고속철 건설이 가져오는 부수적인 효과가 전반적인 투자와 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는 기대다. 실제 정부는 고속철 역이 들어서는 지역을 묶어 주거단지와 직장이 있는 '중소도시'로 키우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또 다른 목적은 '국가적 자부심' 고취다. SCMP는 “중국은 프랑스나 독일보다 고속철도 부문에서 후발주자였으나, ‘중국만의 기술’로 고속철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는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장지아커우 노선을 이용하는 한 승객은 SCMP에 “우리나라 고속철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과 같다”면서 “우리만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중국인들 스스로 자랑스럽게 만든다”고 말했다.

중국은 자체 기술을 통해 102개국과 고속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액수로만 1430억 달러 규모다. 세계 철도차량 시장 점유율은 30%를 넘었다. 세계은행(WB)이 지난해 6월 중국 고속철도망의 투자수익률을 8%로 추산하면서 장기적으로 투자 효과가 기회비용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 것도 중국 정부엔 희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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