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용 가짜 깁스'있는데 빌려드릴까요?"
온 친척이 둘러앉아 새해를 맞이하는 설날이 다가왔다. 떡국과 푸짐한 음식을 나눠먹으며 모두가 즐거워야 할 명절이지만, 어느새 설날은 '웃픈 날(웃기고 슬픈 날)'의 대명사가 됐다. 며칠 간 이어지는 긴 연휴는 즐겁지만,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얼굴들의 '질문 공격'은 슬픈 명절을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 법원행정처 조사에 따르면 설날·추석을 전후해 10일간은 하루 평균 이혼수가 일평균 이혼 건수보다 2배 이상(138.8%)증가한다. 2015년 대법원의 통계에서도 설 연휴 다음달인 3월 이혼 소송 접수건수는 3539건으로 한 달 전보다 39.3%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즐거운 설날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의 날'로 바뀐다는 의미다.
한 누리꾼은 "지난해 설날에 열심히 떡국을 끓였는데 내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나눠 먹더라. 내버려 두면 화병이 날 것 같아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면서 "매년 돌아오는 설날이 지옥 같다. 시댁 방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다른 누리꾼은 "며느리가 나밖에 없어 시댁을 방문하면 보나마나 내가 설거지·전부치기·집안일 등을 도맡을 게 뻔하다"면서 "남편이 많이 도와주지만 한 번 끝내면 골병이 든다. 올해는 집에서 조용히 쉬고 싶은데 핑곗거리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시댁 방문을 피하기 위해 '가짜 깁스'를 공유하기도 한다. "동서가 구박해 시댁에 가기 싫다"는 게시글의 답변에는 '깁스 사진'이 게시됐다. 깁스 사진을 올린 누리꾼은 "압박붕대나 깁스 하나면 설날을 넘길 수 있다"면서 "죄책감이 들지만 만나 얼굴 붉히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용산에 거주하는 워킹맘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명절에 내려가기 싫어 회사에 당직을 자처했다"면서 "어차피 휴일이라 일도 많지 않을 것 같고, 불편한 사람들보다 일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최근에 독감이 유행인데 독감 핑계를 대는 것도 좋은 것 같다"면서 "전염성 질병이라 시어머니가 '그래도 와라'라고 말씀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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