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신격호는 일본 A급 전범 사위다?"…'가짜뉴스!'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 2020.01.20 15:38

[신격호 별세] "신격호 롯데 창업자는 2차대전 당시 일본 외무대신 '시게미쓰 마모루'의 조카 사위?"

1945년 9월 2일 일본 천황(일왕)과 정부를 대신해 항복문서에 서명하기 도쿄만에 정박한 미 전함 미주리 에 승선한 시게미쓰 마모루 일본 외무대신(가운데)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빈소/2020.1.19 [롯데 제공]



롯데그룹 창업자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기사에 그의 일본인 아내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 외무대신을 지낸 A급 전범 '시게미쓰 마모루'의 딸 혹은 조카라는 내용의 댓글이 복사된 형태로 반복해서 달리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퍼졌던 이 주장은 전형적인 '가짜뉴스'다. 이 잘못된 내용은 위키피디아(위키백과) 한국판과 팟캐스트 '이이제이' 등에서도 그대로 소개돼 많은 이들에게 퍼져 있는 상태다.

신 명예회장 일가와 롯데그룹의 명예를 훼손해왔던 이 잘못된 정보의 출처는 1998년 발간된 '신격호의 비밀'이란 책이다. 그 책에는 신 명예회장 측근이 "(신 명예회장의 부인)하쓰코 여사의 어머니는 중국 상하이 홍코우 공원에서 윤봉길 의사의 폭탄 투척으로 중상을 입은 일본 공사 시게미쓰 마모루의 여동생이다"라고 말했단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2015년 '거인의 황혼'이란 제목으로 바꿔달고 재발간하면서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저자가 밝힌 삭제 이유는 2000년 12월 일본 롯데 사옥에서 월간지 편집장이던 한 언론인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신 명예회장이 직접 "일제시대 창씨개명한 것을 그대로 쓰고 있을 뿐이고 집사람은 외무대신 시게미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위키백과에 잘못 기재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부인과 시게미쓰 가문이 관련 있다는 내용/ 위키백과 한국판 캡쳐


롯데그룹도 2015년 7월 말, 후계구도와 관련해 논란이 일면서 재차 이런 내용이 퍼지자 관련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공식 부인하기도 했다.


실제 1921년생인 신격호 명예회장은 본관인 '영산 신(辛)씨' 일가가 일제강점기 창씨개명 당시 '시게미쓰(重光)'로 성을 바꾸던 때 일본식 이름 '시게미쓰 다케오'를 갖게 됐다. 1933년 졸업한 경북 울산 삼동초등학교(일제강점기 당시 삼동보통공립학교)에도 이름이 '시게미쓰 다케오'로 기록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간 신 명예회장은 창씨개명한 일본 이름을 그대로 썼다. 부인 다케모리 하쓰코씨와 결혼한 1950년경 이전부터 '시게미쓰 다케오'란 이름을 쓴 것이다.

부인 하츠코씨의 결혼 전 성은 '다케모리'다. 일본은 서양풍습과 마찬가지로 결혼 후 부인이 남편의 성을 따른다. 따라서 부인의 이름이 '시게미쓰 하츠코'가 된 건 신 명예회장과의 결혼 이후다. 일본 외무대신 '시게미쓰 마모루' 집안과는 전혀 무관하다.

결국 신 명예회장 일가가 일제강점기 창씨개명 하는 과정에서 '시게미쓰'로 성을 바꾸면서 우연히 그 이후 일본 외무대신이었던 '시게미쓰 마모루'와 같은 성을 쓰게 돼 발생한 오해로 볼 수 있다. 신 명예회장을 비롯해 신동주, 신동빈 등 롯데 오너 일가는 일본식 이름을 일본 활동시 쓰고 있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고의로 반복해 댓글로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엔 사자(死者) 명예훼손죄로 처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5. 5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