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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다운 눈이 안 온다"━
일본 북부지역 돗토리현의 다이센 화이트 리조트 관계자는 관광객 유치의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했다. 한겨울에 접어들었는데도 눈다운 눈이 안 오고, 어쩌다 찔끔 내리더라도 금방 녹아 없어져 스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다이센 화이트 리조트 측에 따르면 이번 시즌 이용객은 전년 대비 80% 이상 감소했다. 연말연시 휴일 기간(12월29일~1월6일) 스키장 이용자 수는 전년도 1만4000명에서 올해 2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리조트 숙박시설 예약도 70~8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너무 따뜻한 겨울을 맞아 눈이 오지 않은 영향이 컸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이달 중순 기준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5도 이상 높다. 이례적으로 '적설량 제로(0)'인 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이센 화이트 리조트도 인공 강설기 10기를 풀가동하고 있지만 이로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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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스키 관광객 급감…"올해는 설 특수 없어요"━
홋카이도의 유명 스키리조트 지역인 니세코에서도 관광객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이 지역 적설량은 67cm로 30년 평균 적설량에 비해 43% 감소했다. 니세코는 스키에 적합한 습도를 가진 파우더 눈으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인공 눈을 섞어 쓰기 시작하면서 스키어들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니세코 컨트리클럽의 한 담당자는 블룸버그통신에 "보통 1월1일부터 리조트 주변의 산에서 스키투어를 시작하지만 올해에는 오는 20일까지 잡힌 모든 투어를 취소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야 했다"며 "곧 폭설이 내리지 않는 한 이달 말까지 잡힌 모든 투어 일정을 취소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일본의 스키장들은 최악의 시즌 중 하나를 보내면서 국내와 해외 관광객들을 실망시키고 있으며 국제 스키 여행지로서의 명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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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사업자 위한 금융지원 방안까지 나와━
아직 겨울 시즌이 다 끝나지 않아 공식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16일 기준으로 야마가타현 내 주요 스키장 15곳 중 6곳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효고현은 지난 14일 스키장이 위치한 현내 자치체를 모아 스키장을 활용해 계절에 상관없이 일년 내내 관광객을 모으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적자를 못이겨 폐장하는 스키장도 나오고 있다. 나가노시에 위치한 이이즈나 스키장은 오는 3월15일 폐쇄된다. 스키장을 운영하는 나가노시 도시개발공사는 "이용자 수 부족으로 400만엔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했다"며 "민간에 사업을 양도하려 했으나 공모자가 없어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키장 폐쇄 후 리프트 철거와 부지 정리 비용만 3억2000만엔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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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축제 개최에도 차질━
하얀 설원이 떠오르는 '눈의 고장' 일본 삿포로에도 올해 기록적인 눈 가뭄이 나타나고 있다. 홋카이도의 주요 관측 지점 22개소에서 지난달 적설량은 평년의 48% 수준으로 기록됐다. 196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삿포로는 올해 해마다 열리는 지역 스키 대회를 취소했다.
이달 31일 시작하는 홋카이도의 대표 지역축제인 '삿포로 눈축제'도 난관에 빠졌다. 삿포로시는 5t 트럭 약 6000대 분의 눈을 미리 확보해 저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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