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호의법정필담]이재용도 예상 못한 재판부의 '심리위원' 카드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 2020.01.19 16:19

편집자주 | 재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판결 결과만 전달하는 도식화된 기사를 지양합니다. 법정안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검찰과 삼성,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카드 '전문심리위원'


지난 17일 오후 2시5분에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 예상치 못한 재판부의 발언에 당황한 건 특검 뿐만 아니라 삼성 측 변호인단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재판 현장으로 가보자.

"삼성의 새로운 준법감시제도는 기업범죄 양형기준의 핵심적 내용으로 1991년 제정된 미국 연방법원의 양형기준 제8장에 언급된 양형사유입니다. (중략) 다만 이런 제도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즉 실효적으로 운영돼야만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건 우리 재판부 뿐만 아니라 삼성의 우리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민 중에는 삼성의 약속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분들이 있어요. 우리 재판부는 그 점검 방법으로서 전문심리위원제도를 통해 준법감시제도가 잘 실행되는지 점검하겠다. 재판부가 현재 고려하고 있는 위원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나머지 2명은 특검과 변호인 측에서 1월말까지 각각 1명씩 후보자를 추천해달라." (재판장)

"재판부가 계획한 진행 방식이나 대상, 인물지정과 관련해 사전에 통보 받거나 의미에 대해 검토한 바가 없어 생각해 볼 기회를 달라."(특검)

"전문심리위원 관련해 준비된 바가 없다. (준법감시제도의) 적정성을 보겠다는 건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작업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삼성 측 변호인)


전문심리위원, 도대체 뭐길래


형사소송법 제279조의 2 제1항에 따르면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히 하거나 소송절차를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재판장) 직권으로' 또는 검사, 피고인 혹은 변호인 신청으로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해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 등 소송절차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

또 전문심리위원을 소송절차에 참여시키는 경우, 법원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각 사건마다 1인 이상의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한다(제279조의 4 제1항)고 나와 있다.

전문심리위원은 전문적인 지식에 의한 설명 또는 의견을 기재한 서면을 제출하거나, 재판 기일에서 전문적 지식에 의해 설명이나 의견을 진술할 수 있지만 재판의 합의(판결)에는 참여할 수 없다(제279조의 2 제2항).


전문심리위원을 3명으로 지정한 이유


재판부가 고려하고 있다는 심리위원 후보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법조계에서는 실력과 덕망을 모두 인정받는 진보성향의 '명망가'이다. 여기에 피고인 측 변호인단이 1명을 추천하고, 특검 측이 1명을 추천하게 된다.

심리위원 3명이 내리는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이들 심리위원의 평가가 양형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예단할수는 없지만 심리위원들이 '삼성의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재판부가 삼성측에 "개선 방법을 찾아보라"며 공판 진행과정에서 이례적인 숙제를 내준 것이 애초부터 '양형 요인'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법조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이 진보 성향의 법조인인 김지형 전 대법관을 준법감시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단을 발족한 것은 이런 과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화답물로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이재용 양형'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전문위원제도의 판단을 통해 양형의 객관성을 더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고 동시에 양형 결과에 대한 책임부담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미 적법성을 담보한 전문심리위원의 평가를 재판부 입장에서 양형에 참작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결국 심리위원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 부회장에) 우호적 결론이 나오고, 그에 따라 양형을 결정하는데 대한 재판부의 부담도 줄지 않겠냐"고 말했다.

반면 재판부가 추천한 심리위원인 강 전 재판관이 '대표적인 원칙주의자'라는 점에서 삼성의 노력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강 전 재판관이 진보성향인지 잘 모르겠다. 중도로 분류되기도 한다"면서 "원칙을 살려야 할때는 이를 강하게 지켜나가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법조인"이라고 평가했다.


덕분에(?) 길어진 이재용 재판


전문심리위원단은 이르면 오는 2월 14일 잡힌 5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꾸려질 전망이다. 재판부가 "다음 기일때 평가를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아직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판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재판부가 아닌 제3의 평가 과정은 자연스럽게 공판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초 삼성은 다음 기일이 결심공판이 되길 내심 바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설 연휴 전후로 나올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은 예측보다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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