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구속에 증권업계 큰 충격…"신뢰 흠집"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한정수 기자, 김사무엘 기자 | 2020.01.17 14:59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은 보고서 발표, 다수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보유…사전매매로 수십억대 차익 올려

애널리스트가 자사 리포트를 이용, 차명 매매를 통해 수십억원대 이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증권업계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제가 된 H증권사는 리서치센터가 차지하는 위상이 무척 높은 곳이어서 이번 사건 여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H증권사는 리서치센터 연구원 숫자가 56명으로 업계 5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리포트 숫자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은 잇따라 애널리스트 숫자를 줄이는 추세다.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리서치 센터에 지출되는 비용에 비해 이익 기여도가 낮다는 경영진들의 판단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H사는 리서치센터가 가지는 위상을 고려해 규모를 유지하는 중이다. 이 대신 오히려 영역을 확대하고 리포트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실제 자산운용사의 펀드 운용 투자자문 역할을 맡아 포트폴리오 구성에 도움을 주고 매년 3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런 만큼 H사에는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애널리스트들이 다수 있다. 이들은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자산운용사 등 관계자들과 호흡을 잘 맞추는 덕에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각종 언론사가 시상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명단에 이들의 이름이 다수 올라가는 이유다.

이처럼 리서치센터에 공을 들였던 만큼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은 크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연구원이 사익을 위해 리포트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혐의가 제기된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서치센터의 주된 영업 대상은 기관투자자인데 이런 이슈에 휘말리면 영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국민연금 등 큰 손 기관투자가들이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서치센터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점이 신뢰성인데 이번 사건으로 흠집이 발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구속된 H사의 연구원은 특정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보고서를 공개하기 전에 가족과 지인의 계좌를 이용해 종목을 미리 사두고 보고서 발표 후 주가가 오르면 매도해 수십억원대 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연구원의 휴대전화 통화와 주식거래 내역을 확보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을 조사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최근 이뤄진 검찰 조직개편에 따라 해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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