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여성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을 빚었다.
14일(현지시간) CNN은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샌더스 의원이 2018년 12월 워싱턴D.C.에 위치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의 자택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같은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 2명은 만남 직후 워런 의원에게서 직접 설명을 들었고, 다른 2명은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인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두 의원은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적할 최적의 방법에 대해 논의하던 중, 워런 의원이 자신이 민주당 후보가 되어야 할 근거를 설명했다. 이에 샌더스 의원은 "여자가 (대선을) 이길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워런 의원이 "나는 여자가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샌더스는 동의하지 않았다"며 발언을 사실로 확인하며 논란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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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그런 말 한 적 없다"…워런 "버니와 나는 친구"━
이에 샌더스 의원은 "나는 그러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이같은 주장을 최초 보도한 CNN에 성명을 보내 "워런이 내게 대선 출마를 밝힌 자리에서 내가 여성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아이오와 코커스를 3주 앞둔 가운데, 사적인 대화가 이뤄진 지 1년 뒤에야 그 방에 있지도 않던 직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자신을 향한 음해 공작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코커스는 미 대통령 예비 선거 과정 중 당원대회 형식으로 대의원을 선출하는 행사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는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이어 샌더스는 "내가 그날 밤 한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차별주의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어떤 것도 무기화할 수 있는 거짓말쟁이라는 것"이라며 "내가 2020년 대선에서 여성이 대선을 이길 수 있다고 믿냐고? 당연하다! 결국에는 2016년 대선에도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를 300만표 차로 이겼다"고 지적했다.
워런 의원은 해당 발언이 진짜라고 확인하면서도, 샌더스 의원에 대한 비난은 피했다. 그는 CNN 대선후보 토론을 앞두고 13일 성명을 통해 "사적인 회동에 대해 더는 논의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나와 버니는 이 싸움(대선)에서 오랫동안 친구이자 동맹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고 정부를 국민의 품에 안기기 위해 우리가 계속 함께 일해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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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 여성 대통령 회의론까지…2016년 힐러리 패배 탓?━
이번 샌더스 의원의 발언 논란은 민주당 내 여성 대통령 회의론으로까지 번졌다. AP통신은 "많은 유권자가 공개적으로는 첫 여성 대통령을 반긴다"면서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전 대선 후보의 2016년 대선 패배 이후 내재된 성적 편견이 대선 승리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조용히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이는 많은 이들에게 여성의 백악관 진출이라는 대의를 달성할 것이냐, 대선 승리 가능성이 더 높은 남성 후보에게 베팅할 것이냐는 난제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샌더스 발언의 진위 논란은 CNN 주최로 열린 미 대선 민주당 경선후보 TV토론에서도 쟁점이 됐다. 샌더스 의원은 아이오와주 디모인시 드레이크대학교에서 7차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후보 TV토론에서 "유튜브를 보면 30년 전 내가 여성이 어떻게 미국의 대통령이 될 지 이야기하는 영상이 있다"며 "2015년 나는 워런 의원의 결정에 따랐다. 그를 대선에 입후보시키려고 했지만, 그가 대선 출마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내가 그 뒤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런 의원은 "이 무대에서 최근 30년간 재임 중인 공화당 후보를 이긴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우리는 민주당의 모든 사람을 불러들이고, 모든 당원들에게 믿음을 줄 후보가 필요하다. 그게 내 계획이고, 왜 내가 이기는 이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샌더스 발언 논란에 대한 추가 논의를 피하면서 '여성 대통령 회의론'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13일 퀴니피액대학이 발표한 최근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25%로 1위를 유지했고, 샌더스 의원과 워런 의원이 각각 19%, 16%로 뒤를 쫓았다.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8%,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6%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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