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오른쪽 둘째)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 첫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오른쪽 셋째)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AFP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을 국빈 방문했다. 미국의 이란 군사령관 암살과 이란의 미사일 보복 공격이 이어지는 위험한 상황에 다른 나라 정상, 그것도 국왕이 방문하는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특히 카타르는 인구의 60%가 이슬람 수니파다. 시아파 맹주국 이란과 종파가 다른 것이다. 중동 최대 미국 공군기지가 위치한 친미 국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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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국 카타르, 이란에 거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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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니 국왕은 왜 전운이 감도는 위험한 시기 종파도 다른 이란을 찾은 것일까. 그는 심지어 30억달러(약 3조4600억원) 자금지원도 약속했다. 이란군이 실수로 격추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 176명에 대한 보상금을 대신 내겠다고 나선 것이다. 명분은 2017년 '카타르 단교 사태' 때 이란이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중동 7개국이 테러단체 지원을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했다. 그때 이란은 카타르와 협력을 더욱 강화했다.
종파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카타르와 이란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자리한다. 두 나라가 페르시아만에 있는 세계 최대 가스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카타르 쪽이 노스 돔, 이란 쪽은 사우스 파르스라 불린다. 카타르는 현재 이 가스전에서 연간 770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뽑아내고 있다. 시설 확충으로 2027년에는 생산량이 연간 1억26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콘덴세이트와 액화석유가스(LPG), 에탄, 헬륨 등 추가로 얻어지는 자원까지 포함하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테헤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종교도시 곰의 성직자들을 초청해 연설을 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날 이라크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에 대해 "우리는 미국의 뺨을 한 대 때렸을 뿐이다"라며 "미국이 '뺑소니'를 하던 시절은 지났다. 우리는 추적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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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우디-이란 사이 줄타기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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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가 예전부터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줄타기 외교를 해왔다는 점도 이란과의 관계에 영향을 줬다. 카타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6만달러를 훌쩍 넘기는 부국이지만, 인구가 264만명에 불과한 소국이다. 또 이란을 지지하는 시아파 국민도 전체의 7%에 달한다. 소수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카타르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도 겉으로는 이라크를 지원했지만, 뒤에서는 이란과의 관계도 계속 유지했다. 수니파가 대다수이지만 시아파이기도 하고, 미국과 친하지만, 친이란이기도 한 모호하지만,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그러나 카타르의 지원에 대해 이란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란 정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이후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단체들은 알타니 국왕 방문에 대해 "(이란 정부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 추모 행사가 열렸으며, 곧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 이란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강제 해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롭 맥케어 주이란 영국대사가 체포되기도 했다. 맥케어 대사는 풀려난 뒤 트위터를 통해 "어떤 시위에도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경찰이 시위에 참가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나라 대사를 잡아 가뒀다는 뜻이다.
지난 11일 이란 군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와 사실 은폐 시도에 항의하고 있는 이란 대학생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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