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왕' 이 거북이 한마리가 멸종위기 막았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인턴기자 | 2020.01.13 10:12

갈라파고스 땅거북 수컷 '디에고', 왕성한 번식 활동으로 멸종 위기 막아

자손 800마리를 낳은 갈라파고스 땅거북 기에고(Diego) /사진 = 갈라파고스 국립공원(GALAPAGOS NATIONAL PARK) 제공

가장 큰 육지거북인 '갈라파고스 땅거북(Galápagos tortoise)'의 멸종 위기를 막아 낸 '번식왕' 땅거북이 80년 만에 금의환향한다.

11일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섬(Galapagos Islands)에 위치한 산타크루즈 섬(Isla SantaCruz)의 번식 센터에 살던 갈라파고스 땅거북 '디에고(Diego)'는 오는 3월 에스파뇰라 섬(Espanola Island)으로 돌아간다.

에스파뇰라 섬은 디에고의 고향으로, 디에고는 섬을 떠나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으로 옮겨진 지 80여 년 만에 고향 땅을 밟게 됐다. 당초 과학 탐사의 일환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디에고는 50여 년 전인 1976년 갈라파고스에 돌아왔다. 그러나 디에고는 곧바로 에스파뇰라 섬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에스파뇰라 섬의 갈라파고스 땅거북이 수컷 2마리와 암컷 12마리를 포함해 14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19세기 에스파뇰라 섬에 들어왔던 야생 염소가 거북이의 먹이였던 이파리를 먹어치운데다가 사람의 사냥까지 더해지면서 생겨난 비극이었다.

먹이를 먹고 있는 디에고. /사진 = 갈라파고스 국립공원(GALAPAGOS NATIONAL PARK) 제공

이에 당국은 디에고를 포함해 14마리의 갈라파고스 땅거북을 한 데 모아 복원에 나섰다. 그러나 같은 섬 내의 거북인 '핀타섬 땅거북(Chelonoidis abingdoni)'이 마지막 남은 수컷의 '짝짓기 거부'로 2012년 멸종한 사례로 미루어 복원 작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몸길이 90㎝에 키(높이)150㎝·몸무게 80㎏의 디에고는 왕성한 번식력과 매력을 갖춘 '번식왕' 땅거북이었다. 디에고는 여러 암컷들과 활발한 번식 활동을 벌였고, 무려 800여 마리에 가까운 거북이가 그의 자손으로 추정된다. 800여 마리는 당국의 복원 프로그램으로 태어난 거북이 2000여 마리 중 40%에 달하는 수다.

디에고. /사진 = BBC

갈라파고스 국립공원(PNG)측은 "80여 년에 걸친 이번 복원 프로그램은 디에고의 노력 덕택에 오는 3월에 성공적으로 종료될 것"이라면서 "디에고는 100세의 나이와 왕성한 짝짓기에도 건강하다.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디에고도 고향 에스파뇰라 섬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갈라파고스 땅거북은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이 '종의 기원'을 쓰도록 만든 동물로 잘 알려져 있다. 대륙과 단절된 섬 내에서 다양한 껍질과 목의 형태를 갖고 있어 진화론의 근거가 됐다. 다 자라면 평균 1.4~1.8m의 몸길이에 체중이 400~500kg이나 나가는 가장 큰 육지거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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