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글로벌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을 총괄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카렌 추프카 수석부사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나흘간 열린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이런 평가를 내놨다.
CTA측은 그러면서 인공지능(AI)은 물론 5세대 이동통신과 모바일 연결성(5G and Mobile Connectivity), 스마트시티(Smart City), 푸드테크(Food Tech) 등을 미래 혁신 기술을 주도할 주요 테마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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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지배한 인공지능..로봇·가상캐릭터·IoT 만나 진화━
대표적으로 화제가 된게 삼성전자의 지능형 컴퍼니언 로봇(Companion Robot) ‘볼리(Ballie)’다. 이번 CES에서 최초로 공개된 볼리는 첨단 하드웨어와 인공지능·IoT 기술의 결합으로 개인 맞춤형 케어가 가능하다.
"하이 볼리"라는 음성명령에 따라 사용자를 인식해 따라다니며 집안 곳곳을 모니터링하고 스마트폰·TV 등 스마트 기기와 연동해 다양한 홈 케어를 수행하는 시연 장면은 행사 기간 내내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의 미국 연구개발조직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산하 연구소 '스타랩스'가 개발한 인공인간(Artificial Human) '네온'도 마찬가지다. CES 개막 전부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공인간 캐릭터 8명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지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렸고, 부스 공개 후 실체를 보기 위한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미스트리 스타랩스 최고경영자(CEO)는 사람과 똑닮은 모습으로 화면 속에 등장한 실물 크기의 새로운 인공지능 캐릭터를 '인공지능'이 아닌 '인공인간'이라고 정의했다. 각자 '인격'을 지니고 학습하면서 친구처럼 상호작용을 하는 새로운 개념의 사이버 캐릭터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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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비행체·스마트시티…미래도시 바꾸는 모빌리티━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대신 들고 온 개인용 비행체(Private Air Vehicle·PAV)가 중심에 섰다. 도심 교통문제 해결하기 위해 PAV를 기반으로 한 도심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UAM)와 목적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PBV), 모빌리티 환승 거점(Hub·허브)을 제시했다. '하늘과 땅'을 넘나드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연결해 새 부가가치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동 시간의 혁신적 단축으로 도시 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커뮤니티(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역동적인 인간 중심의 미래 도시 구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토요타는 내년 일본 후지산 인근에 약 70만㎡ 규모로 '우븐 시티(Woven City)'를 건설한다. 새로운 자율주행차 버전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도시를 주제로 잡았다.
우븐 시티는 자율주행과 스마트 홈,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을 실제 생활에 적용된다. 일종의 ‘살아있는 실험실’이다. 여기엔 토요타 연구원과 그 가족, 퇴직자, 과학자, 업계 파트너 등 2000여 명이 거주한다.
우븐 시티는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하는 완전한 커넥티드 에코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집 안에선 가사 로봇이 일상생활도 돕는다. 도시 내 주요 도로엔 완전 자율차량 및 무공해 차량만 통행이 가능하다. 우븐 시티 전역에선 자율주행 셔틀인 e-팔레트가 수송과 화물 배송, 다양한 이동형 점포로도 사용된다.
아키오 토요타 사장은 "소규모로 완전한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미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라며 "사람과 건물, 자동차가 모두 데이터와 센서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통신해 AI 기술을 실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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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소시지' 이어 콩으로 만든 '식물 돼지고기' 잇따라 화제━
주성분이 콩인 이 인공 돼지고기는 맛이나 색깔, 요리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육즙까지 누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실제 돼지고기를 거의 그대로 재연했다. 지난해 5월 상장한 경쟁사 비욘드미트의 햄버거 고기가 특유의 향과 식감 때문에 일부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얘기가 나오는 데 비해 좀더 실제 고기와 가깝다는 평이다.
돼지고기는 세계 고기 소비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음식이다. 특히 중국시장의 수요가 전세계 수요의 절반에 달한다. 임파서블 푸드가 지난 6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었던 요리 시식회에도 인공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만든 돈까스, 햄버거, 미트볼 외에 딤섬, 볶음면, 춘권 같은 중국음식이 나왔다.
지난해 출시한 인공 소시지를 활용한 햄버거는 지난해 봄부터 미국 59개 지역의 버거킹 매장과 싱가포르·홍콩·마카오 등 전세계 1만7000여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ES가 IT·가전에서 모빌리티, 음식, 헬스케어로 확장되고 있다"며 "국내에선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주방용 로봇이나 맥주제조기 같은 도구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자회사나 사내벤처 등을 통해 시선을 음식 자체로 확장하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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