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웹소설 '기다리면 공짜'…작가는 피눈물납니다

머니투데이 박준이 인턴기자 | 2020.02.01 06:00

소비자 즐거워지는 플랫폼, 고통받는 작가들…유통 수수료 60%에 달하는 웹소설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년차 웹소설 작가인 A씨는 모 콘텐츠 플랫폼에 작품을 연재하면서 프로모션 제의를 받았다. 구독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기다리면 공짜'였다. 하지만 담당자로부터 들려온 이야기는 그를 좌절하게 했다. 구독자가 할인 혜택을 받은 만큼 작가에게 수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웹툰·웹소설을 보는 사람이라면 '기다리면 공짜'가 되는 서비스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웹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독자에게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파격 프로모션으로 구독자를 유인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이같은 프로모션이 업체 측이 아닌, 사실상 작가의 수입에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웹툰·웹소설 작가들은 "온전한 수익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웹툰·웹소설 시장 붐 일으킨 '기다리면 공짜' 서비스



현재 구독자들은 네이버 웹툰, 카카오 페이지, 리디북스 등의 유료 플랫폼과 조아라 등의 무료 플랫폼에서 웹툰, 웹소설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이중 대다수의 유료 플랫폼에서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일부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다리면무료' 서비스는 일부 콘텐츠를 사용자가 12시간이나 24시간에 한번씩 1회차의 무료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지난 2014년 카카오 페이지에서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가 흥행을 거둔 후 다른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유사한 프로모션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네이버웹툰의 '매일10시면무료'(너에게만무료), 리디북스의 '기다리면무료' 등도 위와 유사한 원리의 서비스다.

이러한 서비스는 구독자들에게 다음 회차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어 결제를 유도하는 '미끼 상품'이다. 실제로 많은 구독자들의 콘텐츠 결제를 이끌어내고 있다.


무료 분량은 작가에게 정산 안 돼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그런데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기다리면 공짜' 프로모션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는 회차분의 수익은 해당 작가에게 정산되는 금액에서도 제외된다. 즉, 플랫폼이 독자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시행하는 '무료 행사'를 원래대로라면 작가의 수입이어야 할 금액에서 치르는 것이다.

전국여성노조 산하 '디지털콘텐츠 창작노동자지회' 김희경 지회장(일러스트레이터 겸 웹툰작가)은 "무료로 풀리는 분량은 작가에게 정산이 안 된다"며 "오로지 작가가 부담하는 프로모션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플랫폼에서 초반에는 정산을 다 해줬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전했다.

그 명목은 '기다리면 공짜' 프로모션의 콘텐츠 홍보 효과다. 실제 콘텐츠가 프로모션작으로 선정되어 상위에 노출되면 독자들의 유입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윈윈(Win-win)'이라는 거다. 카카오 페이지 관계자는 "'기다리면 무료'는 이용자를 유인하고 모바일 콘텐츠 구매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소비 경험을 제공한다"며 "기다리면무료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상단 배치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다무 섹션이 있어 이용자들에게 더 노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고 답했다.



웹소설, 유통사 총 수수료가 60%…작가 수익은 전체 40%도 안 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가는 연재 완료 후 유료 회차의 수익을 플랫폼 측으로부터 정산 받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온전한 수익이 지급되는 게 아니다.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적지 않다. 웹소설 분야는 특히 열악하다. 카카오페이지 웹소설의 경우 '기다리면 무료' 프로모션에 지정되면 플랫폼이 수익의 45%를 수수료로 먼저 가져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후 남은 55%에서 그 몫을 중간 유통사인 출판사 또는 에이전시와 작가가 나눠야 한다. 보통 출판사(에이전시)와 작가가 3:7, 4:6, 5:5의 비율로 분배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전체 수익의 1/3 정도가 되는 것이다. 전체 수익의 40%가 안 된다.

네이버웹툰 웹소설의 경우 플랫폼 수수료는 30%로 이보다는 양호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플랫폼이 먼저 30%의 수익을 제하고 남은 금액에서 출판사(에이전시)와 작가가 수익을 나눠 갖기 때문에 작가가 가져가는 금액은 전체 수익의 절반에 못 미친다. 작가가 콘텐츠의 기획-구성-제작의 전 과정을 주도하는 1차 창작자인 점을 감안했을 때, 노력 대비 몫은 턱없이 부족하다.

4년차 웹소설 작가인 김인아씨(가명)는 플랫폼과 출판사(에이전시)가 가져가는 '유통사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김씨는 "플랫폼과 출판사가 이중으로 떼 가니 결국 남는 게 없다"라며 "요즘엔 출판사와 작가가 수익을 나눠 갖는 비율이 3:7 정도지만, 예전엔 4:6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자인 작가가 콘텐츠 수익의 절반도 못 가져가는 게 태반이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웹툰 측은 계약상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작가와 직접 계약이 아니라 중간 CP사(Contents Provider)를 통해 계약하기 때문에 직접 수익은 CP사에서 배분하며, 이외 계약상의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도 출판사인 CP와의 계약내용에 포함된 대외비성 내용이므로 알려줄 수 없다고 전했다.



과도한 프로모션 수수료…따를 수밖에 없는 작가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반적인 유통업계의 실질수수료율은 30%대에 못 미친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자료에 따르면 유통업태별 실질수수료율이 TV홈쇼핑(29.6%), 백화점(21.7%), 아울렛(복합쇼핑몰)(14.7%), 온라인몰(10.8%)에 해당한다. 또 온라인 플랫폼 중 대표적인 배달업체 플랫폼의 경우는 5~6%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비교했을 때 웹툰·웹소설계 유통업체의 수수료는 플랫폼만 30%~45%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작가들은 과도한 수수료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프로모션 참여가 작가에게 비교적 큰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한정구씨(가명·웹소설 작가)는 "프로모션이 없으면 작품 노출이 어려워서 너도나도 목을 맨다"라며 "플랫폼과 출판사가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플랫폼 측의 프로모션 제안 자체를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도 문제다. 김희경 지회장은 "프로모션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순 있지만, 한번 거절하면 다음번 프로모션 제의가 안 오거나 알게 모르게 불이익이 된다"라며 "과연 자율로 인한 선택인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9년차 로맨스 웹소설 작가 하미씨(가명)는 "기다리면 무료를 하고 싶지 않은 작가들도 보이지 않는 강요를 받는다"라며 "단행본 위주인 플랫폼에선 단행본 출간시 불이익을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가들은 유통사의 역할을 무시하고 싶은 건 아니라고 밝혔다. 김씨는 "계약서상에는 저작권자인 작가가 '갑'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사실상 '을'이다"라며 "우리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유통사가 제반 비용을 공개하고 작가와 상생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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