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소리 30년 지나도 생생…美제재로 이란선 약도 못사요"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1.10 06:35

서울의 이란인들 "한국에서 은행 계좌도 개설 못해"
"미국과는 체스게임…전쟁 쉽게 일어나진 않을 것"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이준성 기자
8일 용산구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입구. 이란은 이날 미군 주도 연합군이 주둔해 있는 이라크 아인 알 아사드 공군기지와 아르빌 군사기지 등 2곳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2020.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이준성 기자 =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이 이라크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등 양국의 대립이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한국에 살고 있는 이란인들은 옛 전쟁의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듯 두려움에 떨었다.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해묵은 이야기라 당장 전쟁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친지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뉴스1>은 9일 서울 지역에 있는 이란인들을 직접 찾아가고, 전화통화 등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9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만난 알리(42). 한국에 산 지 20년이 넘은 알리는 최근 일들을 보며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실제로 사람이 다치고 죽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 한국에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하늘에서 미사일이 떨어졌고 동네 사람들이 수없이 죽었다"며 다시 전쟁의 공포가 떠오르는 듯 눈을 감았다. 그의 친구 40명이 다시 전쟁으로 사망했다.

한국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무하메드(40)는 최근 뉴스를 보고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7살밖에 안 된 나이에 학교에서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3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까지도 그 폭탄 소리가 생생히 기억난다"며 숨을 죽였다.이란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지속된 이란-이라크전쟁을 겪으며 70만명의 이상의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에 살고있는 이란인들은 실제로 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란인이라는 이유로 은행 계좌 개설이 막혔으며 이란에서는 미국이 다수의 약들의 수입을 막아 중증 환자들이 약을 사먹지 못해 죽어간다고 전했다.

이란인들은 특히 현지에 있는 가족들이 미국의 제제로 약을 살 수 없어 힘들어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국의 한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마흐디(23)는 아버지가 루게릭병에 걸려서 고통스러워하는데도 약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에 온 지 2개월인 유학생인 또 다른 마흐디(20)는 "이모가 유방암에 걸렸는데 미국 제제 때문에 약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며 "약을 사려고 13개가 넘는 약국을 돌아다녔는데도 없어서 두달치 월급을 내서 겨우 한달치 약을 샀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한국의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들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면서도 이 분쟁이 일어난 이유로는 미국의 지나친 간섭, 이란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 등 다양한 이유를 꼽았다.

20년 전 한국에 귀화해 살고 있다던 신세종씨(46)는 "솔레이마니는 이란 사람들에게 마치 세종대왕과 같은 사람이었다"며 "탈레반들이 이란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준 사람이라서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신세종씨는 미국이 먼저 핵합의를 탈퇴했고 이란을 제제했다면서 "미국은 이란에 들어와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맞고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서 작전명 솔레이마니 미사일을 쏠 때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와 환호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복수는 끝났고 더 이상 싸우고 싶지는 않다"고도 말했다.

정부의 무책임을 꼬집는 이란인도 있었다. 한국에 4년 전 이민을 온 A씨(20대)는 "이란 정부가 미국이랑 싸우는 척을 하지만 이란 사람들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다"며 "대중들은 정부가 무서워서 아무런 이야기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에 이란에서 폭동이 일어났다"며 "이란 사람들은 정부를 무서워해서 이민 갈 수 있으면 다 가버리고 아니면 이란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중"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앞으로 이란과 미국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 이들은 모두 부정적으로 봤다. 늘 있어왔던 군사적 긴장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언행에 대해서는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무하메드씨는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마치 체스게임과 같아서 서로 생각할 것이 많다"며 "그러나 트럼프가 너무 즉흥적이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메흐디(20)도 "이란의 사람들 대부분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자하드같은 반정부 과격단체가 있기 때문에 이란이 미국과 전쟁을 벌일 경우 너무 위험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이란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현재 두려움에 떨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상황이 더 힘들어질까봐 걱정하는 점이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종씨는 이란인들은 평화를 사랑하며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고 재차 말했다. 신씨는 "우리 이란 사람들은 미국사람을 좋아하지만 미국 정치인들은 싫어한다"며 "2020년에 미국 사람들이 대선을 잘 선택해서 트럼프가 아닌 사람을 뽑으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최근 두 달 사이 급속히 불거졌다. 2019년 12월27일 이라크에 있던 미군기지가 공격받고 미국 민간인 1명이 사망하자 미국은 배후세력으로 이란을 지목했다.

미군은 지난 3일 드론을 이용해 이란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하는 작전을 감행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 군부 실세로 이란혁명수비대(IRGC)쿠드스군을 이끄는 사령관이다. 이후 이란은 지난 8일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며 갈등이 고조됐다.

갈등은 8일 최고조에 치닫다가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발표함에 따라 다소 긴장이 수그러든 상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떤 대치상황이 나올지 몰라 이란 국민들은 국내외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의 장례집회에 수백만명의 추모객이 참석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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