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갈등 격화… 정부 "비축유 점검 등 총력 대응"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 2020.01.08 16:13
8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1999원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뛰어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7주 연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558.7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보다 리터당 4.6원 오른 가격이다. 2020.1.8/사진=뉴스1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으로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자 정부가 다시 긴급회의를 소집해 총력 대응태세를 선언했다. 정부는 아직 석유·가스 운송에 차질은 없으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비축유를 점검하고 위기 발생시 즉시 방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국제유가 급등과 불안 심리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안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서울 서린동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석유·가스 긴급 상황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사망 이후인 지난 6일 에너지자원실장 주재로회의를 연 데 이어 이틀 만에 추가 회의를 연 것이다. 미-이란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진 점을 감안해 이번 회의는 정승일 산업부 차관이 직접 주재했다.

회의에는 정부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 대한석유협회,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가 참석해 석유·가스 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와 가스공사는 "현재까지 중동 지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유·LNG(액화천연가스) 운송에 차질은 없다"며 "중동정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중동을 오가는 유조선 35척, LNG선 10척이 모두 정상 운항 중이고, 아직까지 특이 동향은 없다는 설명이다.

이란의 보복 공격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오전 11시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각각 1.87%, 1.99% 올랐다. 관계자들은 "향후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7일(현지시간) 이란이 이라크의 아인 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에 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하고 있다. 이란은 이날 공격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숨지게 한 미국을 향한 보복 작전이라며 이번 작전의 이름을 "순교자 솔레이마니"로 명명했다고 밝혔다./AFP=뉴스1


아직 국내 기름값엔 중동 리스크가 본격 반영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7일 기준 국내 휘발유, 경유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은 각각 리터당 1565.06원, 1396.28원이었다. 전일대비 0.11%, 0.99% 오른 수준이다.


한편 정부는 대응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 차관은 "한국 원유·LNG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지역에서 엄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와 유관기관, 관련 업계가 합동 총력 대응태세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산업부와 석유공사 등이 가동 중인 '석유수급 상황실'을 통해 주요 현지 동향, 수급상황, 유가, 유조선 운항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대한석유협회에는 '중동위기 대책반'을 추가 개설해 석유수급 상황실과 함께 대응을 총괄하기로 했다.

석유공사는 비축유와 전국 9개 비축기지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선다. 수급상황 악화시 비축유를 즉시 방출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실제 석유·가스 수급 위기가 발생할 경우 지난해 11월말 기준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비축유 2억배럴을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민간 정유사는 대체 도입물량 확보 등 비상시 세부 대응계획을 준비하기로 했다. 정부와 협력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안정에도 노력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이 국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통상 2주 가량 걸린다"며 "불안 심리 등에 따라 국내 석유제품 가격 부당 인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과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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