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겠다는 복직 노동자…쌍용차 "기존 직원도 휴직하는데…"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 2020.01.08 10:53

'유급휴직'에 '출근투쟁' 나선 해고자 46명…사측 "11분기 연속 적자…당장은 일자리가 없다"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약 11년 만에 출근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시민들에게 받은 꽃다발을 들고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저희들은 오늘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출근합니다."

지난 7일 10년7개월 만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으로 출근해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득중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복직 축하 꽃'을 들고 이처럼 말했다.

그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출근하겠다"고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복직을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회사가 경영난에 따라 '유급휴직'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출근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쌍용차는 지난해 3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사가 합의해 허리띠를 조이고 있지만 경영난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이다.

특히 쌍용차는 노사 분쟁이 적잖았던 자동차 업계에서 노사가 10년 동안 갈등 없이 지내왔다. 이번에 부각된 '복직자 갈등' 역시 파장 없이 극복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우리는 출근한다"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약 11년 만에 출근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득중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앞줄 오른쪽에서 2번째)도 함께 서있다. /사진=뉴스1
김 지부장은 과거 '쌍용차 사태' 해고노동자 중 마지막으로 남은 46명 중 하나였다. 그는 46명 중 34명과 함께 지난 7일 오전 8시 평택공장으로 복직 후 첫 출근을 했다. 10년7개월 만이다.

오랜 기다림을 아는 동료들이 복귀를 축하하러 모였다. 꽃도 전했다. 그러나 34명의 표정은 어두웠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 복직자 46명은 2018년 9월 노노사정(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쌍용차 노동조합·쌍용차·경제사회노동위원)의 해고자 전원 복직 합의에 따라 복귀가 결정됐다.

당시 남은 해고자 119명 가운데 60%를 2018년까지 복직시키고 나머지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복직시켜 6개월간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뒤 연말에 부서를 배치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회사 상황에 문제가 생겼다. 쌍용차는 지난해 3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만 1052억원에 달했다. 차량 판매 성적도 지난해 13만5235대로 전년과 견줘 5.6% 감소했다.


계속된 위기에 쌍용차 노사는 합의를 통해 자구안을 마련했다. 임원 20% 축소 및 임원 급여 10% 삭감과 함께 근속 25년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는 안식년제가 도입됐다. 또 상여금 200% 반납, PI 성과급 및 생산격려금 반납 등의 고강도 쇄신 조치를 단행했다.


"경영 정말 어렵다…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약 11년 만에 출근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뒤 회사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영 쇄신을 하는 과정에서 무급휴직을 마무리하고 복직을 준비하던 46명에게도 유급휴직이 통보됐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게 사측의 메시지였다.

그러나 복직자들은 반발했다. 한 복직자는 기자회견에서 "합의 아닌 합의라는 명목의 문자로 저희가 또 죽었다"며 "(저희는) 자동차를 만든다는 자체가 좋았고, 그 꿈을 안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복직자들은 회사로 진입을 시도했다. 사측은 이들이 직원이라고 판단했기에 출근을 막지 않았다. 복직자 측은 8일에도 공장 출근을 이어가며 부서 배치를 요구했다. 부서 배치가 되지 않으면 부당 휴직 구제 신청 등 행동을 하겠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측은 회사가 존폐기로에 서있는 만큼 당장 복직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도입된 일부 사무직원들의 안식년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회사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휴직을 제안한 복직자들뿐 아니라 사무직도 휴직하는 인력이 있는 만큼 어렵다"면서도 "회사 정상화를 통해 이른 시일에 복직자들의 부서 배치를 완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최근 10년 동안 노사 관계에서 모범적이었던 쌍용차의 어려움을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불황으로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이 거론되는 주변 업체들과 달리 휴직 등의 방식으로 상황을 풀어가는 쌍용차의 노력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다른 자동차 업체 노조의 파업 등과 다르게 쌍용차에서 지금 불거진 상황은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며 "쌍용차에는 합의 정신이 있는 만큼 조금 더 기다리면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3. 3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4. 4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