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달음식 시장을 장악한 배민이 장기적으로 e커머스 시장진출을 노릴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배민의 쿠팡 저격은 다분히 계산된 행보라는 지적이다.
앞서 배민은 지난달 합병을 발표하면서 익명의 IT업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배달의 민족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앱 1위에 올랐지만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업계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기업 매각과정에서 특정업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자사가 아닌 IT업계 관계자의 멘트 형태로 이를 언급해서다. 배민 역시 해외 투자 지분이 90%가 넘어 쿠팡을 비판할 처지가 못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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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 점유율 1%도 안되는데 ━
그러나 본질적으로 배민의 해외매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희석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실제 쿠팡이츠는 초기 파격적인 마케팅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관심을 모았지만 현재 배달음식시장 점유율이 1%에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이나 딜리버리히어로 산하 요기요, 배달통 등이 위협을 느낄 상대가 되지 못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배민 등 기존 3사의 입지가 공고해 쿠팡이츠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보인다"고 잘라말했다.
배민이 지난해 11월 선보인 식료품 직배송 서비스인 'B마트'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B마트는 신선식품과 HMR(가정간편식) 등 각종 식료품을 최소 5000원이상 주문하면 서울 전 지역에서 1시간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배민의 플랫폼과 배송망을 활용하지만 소비자입장에서는 e커머스와 다를 게 없다. 나아가 배민은 "배송시장내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이 배민의 경쟁 서비스임을 은연중 내비치고 있다. 공정위 결합심사에서 자사에 불리한 배달음식이 아닌 e커머스로의 시장획정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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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저격에 불편한 쿠팡━
실제 쿠팡을 비롯한 e커머스 업계에서도 배달음식 시장은 주문접수와 배달연계에 중심을 둔 모델로 상품을 파는 e커머스와는 콘셉트 자체가 다른 시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반도체와 핸드폰을 한 데 묶어 같은 IT시장이라고 주장하는 게 어불성설 아니냐"며 "배민이 경쟁이 치열한 e커머스 시장에 들어올 이유가 없는데도 자꾸 쿠팡 등을 경쟁사로 언급하는 것은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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