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군부의 핵심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해 살해하고 이란은 ‘혹독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 정세가 군사적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우리 정부는 중동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24시간 긴급 상황대응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요청으로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 파병을 검토해온 정부로서는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5일 외교부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위기 상황에 대비해 조세영 외교부 1차관 주관으로 부내에 출범한 ‘대책반’은 이날 1차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북미국장, 아프리카중동국장, 해외안전관리기획관 등이 참석했다.
대책반은 중동 정세를 평가하고 재외국민 보호조치를 점검한 뒤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강 장관은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인 우리국민과 기업의 안전 강화를 위해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이라크에는 한국인이 1600여명 체류 중이며 이란에는 290여명, 이스라엘 700여명, 레바논에는 150여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라크 진출 기업들에 이달 중 예정된 근로자 파견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대부분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또 6일 오전에는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국방부·해양수산부 등이 참석하는 ‘관계부처 실무 대책회의’를 열어 중동 정세 악화가 유가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재외국민·기업 보호에 미치는 영향 등 전방위적인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외교부 “호르무즈 안전한 항행, 국제사회 노력에 기여해야”
호르무즈 해협 파병 건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임무교대를 위해 다음달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하는 청해부대의 작전범위를 중동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현재 아덴만 해역에는 해적 퇴치 작전 등을 위해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4400t급)이 파견돼 있다. 6개월 단위 임무교대에 따라 다음달 31진 왕건함(4400t급)이 아덴만으로 향한다.
왕건함의 출항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한국의 호르무즈 연합체 참가 여부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의 위협에 대처하고 안전한 항행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참여를 요청해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이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요충지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미국에 대한 단골 위협수단으로 삼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내 수입 원유의) 70%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라며 "선박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엔 변함없다"고 했다.
다만 호르무즈 파병 등 구체적인 논의에 대해선 "관계부처에서 협의 중으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결정된 바가 없다. 이는 정세 판단의 문제인데 향후 정세 판단에 기초해서 결정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동 정세에 대해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라며 "점진적으로 긴장 완화 단계에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지만 현장 오판이나 우발적 충돌 등으로 확전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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