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인기' vs '사재기'…4가지 판단법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20.01.05 16:08

음원순위에 있는자, '이유'를 댈 수 있는가…'사재기 의혹' 끊이지 않는 까닭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진 가수 닐로./사진=머니투데이db
블락비 박경이 던진 '사재기 의혹'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받아 차곡차곡 파헤쳤다. 그알은 4일 밤 방송에서, 암암리에 번져왔던 사재기가 실제 존재했음을 밝혔다. 1억원~3억원이란 가격에 음원차트 순위에 100% 올려주겠단 업체가 있었고, 매크로란 프로그램을 통해 음원을 무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하며 순위를 끌어올린단 걸 보여줬다.

이제 남은 건 하나다. 어떤 가수가, 실제 사재기를 통해 음원 순위를 끌어올렸는가. 현재 몇몇 무명 가수들을 향해 사재기 의혹이 제기되는데, 이들은 그들 말처럼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뜬 것일까. 이를 판단하는 과정은 험난하다. 사재기가 수십만개의 IP와 ID, PC, 휴대폰까지 동원하며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단하기 위한 구분법은 있다. '역주행'이라 불리며 팬들에게 떳떳히 사랑 받았던 노래가 그간 보였던, 특징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바이럴'과 '사재기', '사람'이냐 '기계'냐



우선 논란의 지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바이럴마케팅'과 '음원 사재기'를 명확히 구분코자 하는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음악을 누가 들었느냐다. 구체적으론 '사람'이냐, '기계'냐로 귀결된다.

'바이럴마케팅'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소비한 음악이다. 말 그대로, 재밌거나 신선한 컨텐츠를 제작해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소비하고, 입소문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TV 광고보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 파급 효과는 크기 때문에 선호되는 방식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를 적절히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영업 활동이며, 당연히 합법이다.

'음원 사재기'는 기계를 돌리는 방식이다. 과거 '사재기'가 CD 등 음반을 직접 사야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멜론·지니 등 음원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많이 들으면, 순위가 올라가게끔 돼 있다. 이에 '그알'이 밝힌 것처럼, IP와 ID, 다수 PC와 휴대폰 등을 통해 자동으로 음원 스트리밍을 돌리게 하면, 사재기가 된다. 사용자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음원을 무한 재생할 수 있다.

사재기는 엄연히 불법 행위다.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26조'에 따라, 음반 등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부당 구입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구분법 1: 노래방 차트



결국 '대중픽(대중이 원하고 선호해 확산시킨 것)'이냐, '기계픽(기계로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냐다. 이를 적발하려면, 소속사와 홍보업체가 묘연의 계약을 맺고, 이 업체가 실제 기계를 이용해 음원을 재생했단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를 정확히 밝히기 어려워 그간 '의혹'만 무성했었다.

그러나 그런 증거가 없어도, 팬들은 알고 있다. 그건 여러 사례를 통해서 봤을 때, 소위 역주행(차트 순위가 뒤늦게 오르거나 음원이 인기를 끄는 것)하는 곡들은, 어떤 현상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게 없다면, '사재기'일 확률이 높은 것임을.

이를 4가지로 살펴봤다. 첫번째는 '노래방 차트'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원이 지난해 언급한 방법이다. 김 연구원은 "일단 역주행이 시작된 곡은, 일정 수준 이상 음원 성적을 기록할 경우 노래방 순위가 따라 붙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윤종신의 '좋니', 한동근의 '이 소설의 끝을 써보려 해', EXID의 '위아래' 등이 그랬단 것. 김 연구원은 "노래방 차트는 해당 음원을 일반인들이 직접 따라 부름으로써 그 노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구분법 2: 음원차트 순위 그래프



두 번째론, 팬들이 가장 많이 꼽는 것 중 하나가 '음원차트 순위 그래프'다.

통상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은, 역주행 곡들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상승하는 형태다. 반면, 팬덤이 있는 아이돌 곡 등은 보통 가파르게 상승한 뒤 하락하는 그래프 형태를 보인다. 워너원, 트와이스, 엑소 등 팬덤이 견고한 가수들이 그렇다. 방대한 팬들이 집중적으로 들어 순위를 끌어올리거나 유지하는 방식이다.

현재 사재기 의혹이 제기된 가수들의 경우, 통상 새벽 시간대에 음원차트 순위에 급격히 진입했단 특징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팬덤이 있는 이들 사례와 유사한 방식이다. 특히 팬덤이 있다해도, 해당 시간대에 수십, 수백만씩 거느리고 있는 아이돌 팬덤을 이길 정도로, 대중에게 사랑 받는 곡이었느냐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분법 3: 대중성과 인기



세 번째로는, 대중성과 인기다.

말 그대로, 음원차트에 오른 가수가 얼마나 사랑 받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들이다. 사재기를 아무리 해도, 기계를 아무리 돌려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음원 소비자들이 가장 정확한 척도로 꼽기도 한다.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게 콘서트 매진 여부다. 음원 차트에 꾸준히 올라 있는 이들은, 대부분 '티켓 파워'가 있다. 그만큼 사랑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유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유 서울 단독 콘서트는, 지난 10월24일 티켓 오픈 1분 만에 양일 2만8000석이 매진됐다. 역시 음원차트 상위에 올라있는 레드벨벳 콘서트도 2017년 전석 매진, 3일간 1만1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비단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역주행 신화를 쓴 한동근은 2017년 6월 열린 첫 단독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엔 많은 관객들이 자릴 메웠다. '위아래'로 역주행을 한 EXID 역시 2017년 7월26일 연세대 백양홀에서 열린 콘서트 티켓이 40초만에 전부 매진됐었다.



구분법 4: 이유 있는 인기 vs 뜬금 없는 인기



그마저도 아니라면, 뭔가 납득될만한 팬들이 '공감'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다. 소위 말해 이슈가 있었냐는 거다.

싱어송라이터 백예린이 그런 사례다. 그의 대표곡 '스퀘어(Square)'는 멜론 등 주요 음원차트 10위권 내에 꾸준히 있을만큼 사랑 받고 있다. 백예린은 2017년 4월 한 뮤직 페스티벌서 스퀘어를 들려준 뒤, 팬들로부터 음원을 발매해달란 요청을 무수히 받았다. 무대 직캠 영상은 유튜브 등에서 도합 1000만뷰를 넘을만큼 인기였다. 이후 지난해 12월10일 나온 첫 정규 앨범은 무려 18곡이 담겼다. 영어 가사 곡임에도 사랑 받았다. 노래도 좋고, 음색이 마음을 울린단 얘기가 많았다. 이유가 있었단 뜻이다.

최근 '대세'인 양준일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초반에 활동했고 재미교포였던 그는, 당시 외려 편견과 차별에 시달렸다. 쓸쓸히 미국으로 향했던 가수는, 2019년이 돼서야 빛을 봤다. 유튜브 영상 조회수만 수백만 건에 달했다. 중독성있단 반응이었다. 춤사위와 노래가 시대를 앞서갔단 평가를 받았고, 이제야 주목 받고 있다. 전혀 촌스럽지 않고 세련됐단 것. 그의 팬미팅엔 3600명에 달하는 팬이 몰렸고, 최근 CF까지 찍었다. 진중하고 사려 깊지만, 무대 위에선 돌변하는 그의 매력도 인기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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