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세평 수집하는 경찰…인사검증과 세평의 차이는?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 2020.01.03 11:42

[the L]검찰 "왜곡된 정보 우려" 경찰 "정당한 절차 따른 통상 업무"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부터)과 민갑룡 경찰청장, 윤석열 검찰총장. 추 장관이 3일 취임식 직후 검찰 인사에 대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경찰청을 통한 세평 수집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족 비리 의혹 등으로 자진 사퇴한지 82일만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검찰 개혁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인사가 예고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가 경찰에 검찰 세평 수집을 지시했다고 알려지면서 세평 수집 절차의 정당성을 놓고 검경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 인사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검찰 내부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인사가 있기 전 규정에 따라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다. 검찰인사위원회에서는 당해 인사 세부 기준 등을 결정한다. 검사들은 6월과 12월 두번에 걸쳐 복무평정을 한다.

이후 담당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기관장(검사장) 평가가 이뤄진 뒤 법무부 검찰국에서 최종적으로 검토한다. 법무부 검찰국에서는 복무평정 자료와 함께 내부 평가기준, 대검 및 법무부 감찰 세평 등을 조합해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거쳐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전달한다.

이같은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검찰 인사에 경찰 인사 검증도 포함돼 있다. 행정부 소속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산하에 있는 총리실과 함께 인사 검증을 진행하는데, 국가정보원이 국내 정보 수집을 멈추면서 정보 경찰이 민정수석실의 유일한 검증 파트너가 됐다.

경찰은 인사철이 되면 인사 검증을 위해 일명 '정보 라인'을 가동시킨다. 정보 경찰 중 과거 법무부나 검찰청을 담당했거나 법조계에 인적 네트워크가 있는 자들을 중심으로 검증팀을 만들어 이른바 '세평 수집'에 나선다.

정보 경찰들은 인사 자료를 바탕으로 각자 맡은 대상자들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한다. 검찰 배치표를 보고 무작위로 실무관들에게 전화를 걸어 담당 부장검사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거나 자신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수사관들에게 과거 함께 근무했던 상관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또 검찰 조사를 받았던 피의자나 참고인들을 상대로 당시 담당 검사의 태도나 조사 방식 등을 물어보기도 하고 인사 대상자들의 SNS 등을 찾아 성향을 분석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경찰들이 세평 수집을 통해 작성한 보고서는 검찰국 인사 평가 결과와 마찬가지로 민정수석실을 거쳐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전달된다. 기존에는 국정원이 검찰 인사 대상자의 검증을 위해 수집한 세평도 함께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대통령은 올라온 보고 내용들을 조합해 최종적으로 검찰 인사를 단행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의 국내 정보 업무가 대폭 축소되고 인사 검증 작업 등을 하지 않게 되면서 세평 수집 보고는 경찰의 보고가 유일해졌다. 이에 따라 이같은 인사 절차에 검찰 내부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은 인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미 내부적으로 검증 절차를 다양하게 만들어 놨다"면서 "객관적인 성과 지표 외에 동기평가, 다면평가 등 여러가지 평가 기준이 있어서 어느 정도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수집한 세평은 그들이 알고 있는 몇몇 사람으로부터 얻은 정보에 불과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검찰 고위 간부는 "경찰이 세평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듣는 내용은 전부 기억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왜곡됐을 우려가 있다"면서 "몇몇 사람의 부정확한 기억에서 나온 주관적인 정보를 인사의 중요 요소로 포함시키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반면 이같은 논란에 경찰은 정당한 절차에 따른 통상 업무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세평 수집은 중앙행정기관에서 요청에 따라 이뤄지고 주무부처가 대상자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동의도 받는다"고 했다. 이어 "세평 수집의 법적 근거는 행정절차법 제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정응원"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세평 수집은 검증 대상자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할 뿐이지 가공하거나 왜곡하지 않는다"며 "검찰이 우려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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