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사 편의점에 '자율규약' 공든 탑 무너질 수도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 2020.01.02 05:30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편의점 CU의 우장산역점. 이 편의점과 한 건물에, 그것도 바로 옆에 붙어있는 H&B(헬스앤뷰티)스토어 랄라불라가 최근 편의점 업계의 뜨거운 논쟁거리다. 랄라블라 우장산역점이 시범적으로 삼각김밥, 맥주 등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식음료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연히 편의점 매출은 그 탓에 줄었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처분하는 '폐기율'도 급증했다고 한다.

랄라불라의 이같은 행보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H&B스토어는 식음료 상품을 팔아서는 안된다는 법은 없다. 사실 영역파괴의 선두주자는 편의점이다. 편의점들은 플랫폼화를 선언하며 택배부터 의류판매, 전기차 충전소 운영, 세탁까지 온갖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 사업영역만 침범하면 안된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랄라불라의 운영사가 바로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라는 점이다. 랄라블라와 같은 이른바 '유사 편의점'들이 늘어날 경우 1만명 이상의 GS25 가맹점주들도 장기적으로 매출감소 등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편의점 업계가 어렵게 합의한 '편의점 출점제한 자율규약'이라는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과 H&B스토어 사업을 모두 운영하는 다른 업체들이 GS리테일의 선례를 따를 경우 이를 막을 명분도,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의 H&B스토어 '롭스'도 최근 매장 내 식음료 비중을 점차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사 편의점 논란은 자율규약을 무력화할 뿐 아니라 더나아가 가맹점주와 본사와의 갈등을 다시 고조시키고, 편의점 본사가 가맹점주의 이익을 앗아간다는 사회적 논란을 다시 불붙일 수 있다. 편의점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소탐대실'의 우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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