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는 나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9년, 2020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0%, 2.3%였다. 2.0%과 2.3%이라는 숫자를 두고 누군가는 '반등'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회복'이라고 한다. '기술적 반등', '개선'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계 한 고위인사의 진단은 '정체'였다.
기준을 놓고 보면 명확해진다. 한은이 지난해 추정한 한국의 2016~2020년 잠재성장률은 2.7~2.8%다. 2019~2020년만 떼놓고 보면 2.5~2.6%다. 잠재성장률은 쉽게 말해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인데, 그만큼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은 2020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2.3%라는 숫자에는 지난해 성장률이 유독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돼있다.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걸기에는 너무나 빈약한 숫자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나온 지도 꽤 지난 지금 2.3%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는 이유는 불과 얼마 전 경험했던 착시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2017년 한국경제는 3.2% 성장했다.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세를 떠받친 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었다. 2018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꺾이기 시작했다. 2018년 성장률은 2.7%로 떨어졌다. 곧 발표될 2019년 성장률은 2.0% 달성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반도체 호황이 끝나고 성장률이 뚝뚝 떨어지자 나온 이야기가 '착시'였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착시효과에 가려져있던 우리 경제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산업 전반의 수출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었고, 꽉 막힌 상황을 돌파할 구조개혁과 혁신성장은 말만 무성했다. 그 사이 2016~2020년 두고 추정한 한국 잠재성장률은 2.8~2.9%(2017년 추정)에서 2.7~2.8%로 떨어졌다.
2.0%에서 2.3%로, 숫자는 지난해보다 올해가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다. 나아진다는 것에만 기대를 걸고 안도할 때가 아니다. 2.3%이라는 숫자가 주는 착시를 걷어내고, 정체된 경제에 활기를 찾기 위해 해야 일을 찾아야 할 때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