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2019년"…1년 전 설리는 그렇게 말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9.12.31 06:00

[2019이슈+]⑧고(故) 설리·구하라·전미선 등 떠나간 연예인들…연습생 상담 연 300여건, 시스템 '절실'

지난해 12월31일 밤, 2019년 새해를 앞둔 밤이었다. 설리는 친구들과 파티를 하고 있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그는 포도를 먹기 시작했다. 포도 12알을 먹는 건, 스페인 전통식 새해맞이였다. 포도를 다 먹은 설리는 "난 왜 17알이나 먹었지?"라며 웃었다. 그리고 SNS에 "사랑해, 2019년도"라고 올렸다.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1년이 지났고, 다시 연말이 됐다. 설리는 떠났다. 이제 더 이상 포도를 먹으며 웃는 모습도, "사랑해, 2020년도"란 말도 들을 수 없게 됐다. 그의 이름 앞엔 이제 한자 하나가 더 붙는다. 고(故) 설리, 많은 이들 사랑을 받던 그는 그렇게 영영 떠났다.



설리·구하라·전미선…영원히 떠난 별들





올해는 그리 많은 연예인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배우 전미선이 시작이었다. 6월29일 오전 11시43분쯤, 전북 전주 한 모텔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그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차 전주에 가 있었다. 평소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숨지기 전 아버지와 통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9월21일엔 가수 우혜미가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우혜미는 2012년 Mnet '보이스코리아 1'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2015년 앨범을 발매한 뒤 가요계에 데뷔했었다.

그룹 f(x) 출신 가수이자 배우인 설리는 10월14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05년 서동요서 아역배우로 데뷔했고, 2009년 f(x)로 활발히 활동했다. 2015년엔 팀에서 탈퇴해 배우 겸 솔로가수로 활동해왔다. 매사 당당하고, 밝은 모습에 큰 사랑을 받았었다.

이어 한 달여 뒤인 11월24일,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도 세상을 떠났다. 설리에게 "언니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고 다짐했던 터라 더 충격이 컸다. 앞서 5월에도 자택서 의식을 잃은채 발견돼 팬들을 놀라게 했었다. 이후 삶의 의지를 다졌지만, 결국 세상을 등졌다.

배우 차인하는 12월3일 사망했다. 2017년 영화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로 데뷔했고, '사랑의 온도', '더 뱅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등 작품에서 열연했었다.



연예인 '심리부검' 0건, 원인은 추측만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올해만 이렇듯 5건, 연예인 자살 문제는 이미 큰 사회문제가 됐다. 특히 그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일반인과는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베르테르 효과'가 대표적이다. 유명인 또는 선망하는 이가 숨졌을 때, 그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현상을 뜻한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울산의대 황정은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모방 자살 강도는 평균 2.31배에 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조차 파악되고 있지 않다. 통상 자살 사망자에 대한 원인 파악은 '심리부검'을 통해 진행된다. 사망자 유족과 전문가 면담을 통해, 사망에 영향을 끼쳤을 다양한 요인을 살펴보고 고인의 삶을 통합하는 과정이다. 건강한 애도 과정이며, 자살로 인한 슬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연예인 심리부검은 아직까지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중앙심리부검센터 관계자는 "유족들이 희망하는 경우에만 진행하고 있다"며 "워낙 공인이라 오픈해서 얘기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연예인은 일반인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주변인들을 통해 이야길 들을 수 있는 심리부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살 후 원인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악플, 기사, 우울증 등 때문이란 식이다. 이후 애도를 거치고, 몇 달쯤 지나면 대중 뇌리 속에서 대부분 잊혀진다. 문제는 이 과정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단 사실이다. 연예인이 숨진 뒤, SNS에 찾아가 "보고 싶다"고 토로하는 걸론, 바꿀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연습생 '심리상담' 年 300여건…시스템 '절실'





그러니 제2의 설리가, 구하라가 생기더라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연예인 개인사로만 치부하지 않고,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 마련에 나서는 것이다.

그간 사례를 보면 이 같은 노력이 더욱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가수 종현이 숨진 뒤, 정부는 2018년 초 유명연예인 자살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발표했었다. 복지부, 문체부, 경찰청 등이 함께 나선 범정부 대책이었다.

그중 하나가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서 진행하는 연예인 및 연습생 '1:1 심리상담'이다. 심리상담사가 기획사에 가서, 연습생들을 만나 심리적으로 어려운 게 없는지 해소해주는 방식이다.

센터 관계자는 "올해는 약 300건 정도 진행한 걸로 알고 있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배우고, 장기적으로 보면 스타가 된 뒤에도 좀 더 강인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아직까진 연예인보단 연습생 상담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정책적으로 시행된 뒤, 적어도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 연예인 자살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중요함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정부 차원의 연예인 자살 관련 대책은 앞서 언급한 '심리 상담' 외엔, 사실상 실질 대책이 전무하다. 연예인은 커녕, 비연예인에 대한 자살 관련 예산 및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예방담당 공무원이 1.02명에 불과하다. 지자체 예산 중 자살 예방 예산은 0.016%다. 정신건강의학과 관련해선 보험 지원도 안 된다.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06년 자살을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누구도 자살에 내몰리지 않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고 명시했다. 관련 예산을 연간 7000억원씩 투입하고, 자살 예방에 나섰다. 그 결과 최근 10년간 자살률이 34% 줄었다. 영국도 지난해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규정하고, 외로움 담당 장관을 마련하기까지 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나서서, 자살 문제를 해결코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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