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하나 없는 독도에 ‘다케시마’(대나무섬)라니…과학자들의 일침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20.02.04 04:30

‘독도 바다 숨어있는 숫자’ 발간한 박찬홍 KIOST 독도전문연구센터장

편집자주 | 대한민국 동쪽 땅끝 외로운 섬 ‘독도’. 이곳을 놓고 한일 간 ‘총성 없는 전쟁’은 매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다케시마(takesimana,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라고 표기해 우리 정부가 공식 항의하는 사태를 빚었다. 또 새해 벽두부터 ‘독도가 일본영토인데, 한국이 무단점유 중’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도쿄 한복판에 영토주권전시관을 확장 이전해 재개관했다.  일본의 독도 도발이 이처럼 끊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 해양 과학자들이 14년간 독도와 인근 지역 바다를 탐구하고 연구한 기록을 집약한 ‘독도 바다 숨어있는 숫자’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독도가 왜 우리 땅인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대목이 눈에 띈다. 나아가 독도의 과학적 연구가 왜 다양해지고 계속되어야 하는지도 담겼다. 독도에 대한 크고 작은 과학 이야기를 집필을 주도한 박찬홍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독도전문연구센터장으로부터 들어봤다.

박찬홍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독도전문연구센터장/사진=KIOST

◇‘다케시마’(대나무섬)?…“독도에 자생하는 대나무 한그루도 없다”=“다케시마, 풀이하면 대나무섬이죠. 어떤 대상에 이름을 지을 때는 보통 어떤 특징적인 사례를 상징적으로 사용한다는 건 매우 상식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일본이 무엇을 근거로 우리땅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불렀는지 도통 그 내막을 알 수 없습니다.” 박찬홍 독도전문연구센터장은 “거친 해류와 비바람으로 토양 형성이 불안정한 독도는 지질·지리학적으로 대나무가 자라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종이 선포한 대한제국 칙령에는 독도 대신 ‘석도’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지금의 독도는 돌로 이뤄진 섬이란 뜻에서 그 이름이 변한 것일 수 있다. 17세기 일본 에도막부에선 독도를 ‘마쓰시마’, 울릉도를 ‘다케시마’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1905년 러·일 전쟁 후 다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달리 부르다가 마침내 자국 영토로 불법 편입했다.
독도 전경/사진=KIOST

일본이 섬 이름을 이렇게 불렀을 당시 독도에 대나무가 많았던 것일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조사내용을 봐도 독도에는 자생하는 대나무가 한그루도 없어요. 지금까지도 독도에는 초본식물(풀)들이 고유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죠. 대나무는 뿌리를 품어주는 토양이 발달하지 않으면 자랄 수 없는 데 거친 해류와 비바람이 부는 독도는 동도와 서도를 활발히 침식시켜 토양 형성을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대나무가 자라기 힘들다는 거죠.” 박 센터장은 독도를 자기네 섬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빗나간 영토 야욕은 섬의 이름을 엉뚱하게 부르는 데서도 그 일면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2019년 8월25일 독도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세종대왕함(DDG, 7,600톤급)이 독도 앞바다를 항해하고 있다.(해군 제공)/뉴스1 © News1<br>

◇독도 작다고 얕보지 마…해저영토 육지의 3500배=책에선 바다 위 드러난 독도 육지 면적이 약 187.554㎡로 우리나라 영토의 0.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매우 작아 보이지만 물속에 잠겨 있는, 거대한 독도 몸체를 받치고 있는 바닥의 직경을 얘기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약 30km로서 면적으로 환산하면 약 707㎢이다. 육지면적의 약 3500배에 달한다. 또 독도 대륙붕(대륙 주위에 분포하는 극히 완만한 경사의 해저) 넒이도 육지 면적의 390배에 해당한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약 27배에 달한다. “우리는 독도의 극히 일부만 보고 있어요. 독도의 거대한 해저 영토를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중요한 이유입니다.”

도화새우/사진=KIOST
가시배새우/사진=KIOST
물렁가시붉은새우/사진=KIOST

◇‘독도 새우’ 트럼프도 엄지척=“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 만찬 메뉴에 올려져 더 유명해진 ‘독도 새우’죠.”

독도에는 이름하여 ‘독도 새우 3총사’라고 하는 도화새우과의 ‘도화새우’와 ‘물렁가시붉은새우’, 꼬마새우과에 속하는 ‘가시배새우’가 함께 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새우는 등이 튀어나와 일명 혹등새우라고 불리는 도화새우다. 도화새우 암컷의 갑각(등폭) 길이는 최대 50mm이며 전장만 하더라도 20cm 이상의 크기를 갖고 있다. 특이하게 도화새우는 자라면서 암수 전환의 능력을 갖췄다. 태어난 지 3년 후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도화새우는 스스로 암컷으로 바뀌어 알을 가진 후 다음 해 봄이 되면 알을 낳는다.
박찬홍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독도전문연구센터장/사진=KIOST

◇‘섬괴불나무’ 등 독도에서만 사는 특산식물 있다…신종 미생물 50여 종 발견=다른 곳에서 자리지 않고 독도에서 유일하게 분포하는 특산식물로는 섬괴불나무, 섬기린초, 섬초롱꽃이 있다. 섬괴불나무는 산자락과 해안지대에서 자라며, 5~7월에 흰 꽃을 피운다. 절벽 틈이나 숲 가장자리에 사는 섬기린초는 7~8월에 노란 꽃을 피운다. 가파른 절벽에 숨어 있는 듯한 섬초롱꽃은 6~8월에 초롱불 모양의 보라색 꽃을 피운다. “독도의 이 꽃들은 나무도 자라기 힘든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모진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며 살아왔어요. 이 꽃들이 독도를 지키면서 살아왔듯이 이제부터 우리가 이 꽃들을 소중히 보살펴야 합니다.”


섬초롱꽃/사진=KIOST

섬초롱꽃은 독도와 울릉도에서만 피는 단아하고 고운 자태의 식물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함께 쓰는 이 꽃의 이름(학명)은 ‘Campanula takesimana’로 다케시마(takesimana)라는 일본어 명칭이 들어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조사한 독도 생물종 목록집에 따르면 독도에는 총 1422종의 생물이 서식한다. 이중 japonica, nipon 등 일본 지명이나 일본인 이름이 들어간 학명은 265종이나 된다.

일본의 식물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은 우리나라 고유 식물 527종의 62%에 달하는 327종의 학명에 자신의 성(姓)인 ‘나카이’를 집어 넣었다. 일제강점기의 잔재인 것이다. “우리 생물자원을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더 많은 신종생물을 발견해 우리 이름을 붙이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독도에는 2005년 최초로 신종 미생물이 보고된 이래 지금까지 액시도박테리아, 액티노박테리아, 프로테오박테리아 등 약 50여종의 신종 미생물이 발견됐다. 그중 독도, 동도, 동해 등의 학명이 들어간 신종 미생물도 10여종이 있다.

“우리 고유의 이름이 붙여진 미생물을 국제학계에 등록했다는 것 외에도 대한민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전 세계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미생물은 각종 항생제나 항암제와 같은 의약품, 식품, 화장품, 생명공학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이용되고 있다
독도 3차원 해저 지형도/사진=KIOST

◇독도에서 동해안까지 지진해일 도달시간 ‘30분’=독도와 동해안(울진)을 잇는 가장 짧은 거리는 216.8km이다. 동해에서 해저지진이 발생할 때 독도에서 동해안까지 지진해일이 도달하데 걸리는 시간은 통상 30여분이다. 시속 430km로 밀어닥친다. 우리나라 고속철도의 최대 속도(300km)보다 훨씬 빠르다.

“독도 바다에 지진해일 관측 센서를 설치해 동해에서 발생한 해저지진을 미리 감지하면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도착하기 적어도 30분 전에 감지할 수 있어 동해안의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독도 실시간해양관측부이 점검 모습/사진=KIOST
동해 남서부 해역에 위치한 독도 바다는 수산자원과 생태환경, 기후변화, 그리고 국가적 이슈인 미세먼지의 특성 및 그 기원지 추적 등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보다 다양한 분야의 관측과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장기적 해양관측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는 1990년부터 독도 바다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아직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독도 해양과학기지가 구축될 경우, 이 기지에서의 연구는 동해 연구의 발전을 위한 큰 전환점이 될 거예요. 나아가 대양의 특성을 연구하는 전 세계 해양과학자들에게 중요한 해양관측정보를 공유하는 기회를 안겨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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