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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 33년 만에 모습 드러낸 이춘재━
모방 범죄로 판명 나 범인이 잡힌 '8차 사건'이 묘하게 됐다. 20년 복역을 마친 윤모씨(52)는 당시 경찰의 폭행·강압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러 정황은 윤씨의 '억울한 옥살이'로 초점이 맞춰졌다. 이춘재는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밝혔다. 유력 증거물이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는 허위로 드러났다.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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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 밥그릇 싸움? 수사권조정이 뭐길래━
지난 4월 수사권조정 안건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상정됐다. 경찰이 1차 수사권, 종결권을 갖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정안에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례적 비판 입장을 내놨다. 질세라 민갑룡 경찰청장도 "가장 민주적 절차를 걸쳐 민주적인 형식에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양 기관의 '샅바싸움'은 사사건건 이어졌다.
울산지검의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수사는 신경전을 전면전 양상으로 이끌었다. 경찰도 임은정 검사의 고발을 계기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당시 검찰 수뇌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검찰 수사 중 사망한 '백원우 특감반원' 수사관의 휴대전화 둘러싼 압수수색 소동은 검경 갈등의 정점이다. 국민을 위해 협력하라는 수사권조정의 본질에는 한참 벗어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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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화재와 다뉴브강의 비극━
뉴스를 보던 사람들은 눈을 의심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시뻘건 불기둥이 TV 화면을 가득 채웠다. 여기저기 불길이 치솟고 전국의 소방차들은 앞다퉈 현장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지난 4월 속초, 고성 등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은 658가구 1524명의 보금자리를 앗아갔다. 전신주에서 발생한 스파크 등 인재였다. 정부에서는 이재민들에게 조립식 임시주택과 보상금을 마련해줬지만 그들의 삶은 화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불과 한 달 뒤 비극적 사건은 다시 발생했다. 이번엔 국내가 아닌 해외였다. 5월29일 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했다. 탑승객 대부분은 한국인으로 25명이 숨졌다. 승객 한 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수십 년간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최악의 수상 참사의 주인공이 한국인일 줄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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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시행 1년, 민식이법 우여곡절 끝 통과━
지난해 12월 '윤창호법'이 시행된 데 이어 올해 12월에는 '민식이법'이 통과됐다. 각각 음주운전과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내용이지만 더는 교통사고로 안타까운 희생이 없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특히 민식이법은 민식이 부모님이 대통령과의 대화에 직접 출연하는 등 법안 통과를 위해 발로 뛰었지만, 여야 정쟁 도구가 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어렵게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교통안전 의식은 제자리걸음이다. 연말이 되자 느슨해진 마음에 음주단속 적발자가 꾸준히 나온다. 최근에는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셋째 아들 차세찌씨(33)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 윤창호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스쿨존 교통위반도 이달 1~20일 전국에서 과속 6만8503건, 신호위반 8363건 등 총 7만8382건이 적발됐다. 법안에 붙은 희생자 이름이 무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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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에 무너진 그들━
악플(악성 댓글) 문제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그 아픔이 컸다. 익명에 기댄 날 선 비방은 아픔을 호소하던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던 설리와 구하라가 하늘로 떠났다. 우리 사회가 고(故) 최진실과 유니의 비극에서 반성하고 고민한 것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댓글 실명제, 악플 금지법 등 다양한 대안이 논의됐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표현의 자유와 모호한 기준 사이에서 논의는 길을 잃었다. 그러는 사이 키보드로 추는 칼춤은 다시 기승을 부린다. 결국 자정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에는 악플로 인한 비극이 더는 없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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