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헌재 "위키피디아 접속 차단, 위헌"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19.12.27 10:59

2013년 임의로 사이트 접속 차단 가능케 하는 법안 통과, 이후 온라인 검열 강화

위키피디아 화면. /사진=AFP
터키 정부의 위키피디아 접속 차단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터키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터키에서의 위키피디아 접속을 막고 있으나 이번 결정에 따라 접속 차단은 곧 풀릴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터키 헌법재판소는 이날 "위키피디아 접속 차단 조치는 헌법 26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이같이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는 "터키에서의 접속 차단이 곧 풀리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세계 위키피디아에 접속하는 수백만명의 이용자와 함께 터키 국민들은 정보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터키 정부는 2017년 4월29일 온라인 백과사전 사이트인 위키피디아의 접속을 '국가 안보 우려' 등의 이유로 잠정 차단했다. 위키피디아의 게시물과 댓글이 IS(이슬람국가) 등 테러조직과 관련돼있다는 것이었다. 터키 정부는 위키피디아가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자 아예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이에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위키미디어재단은 2017년 5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위키미디어재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식과 소통의 힘을 믿는 우리에게 좋은 날"이라며 환영했다. 위키피디아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도 트위터를 통해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터키!"라고 썼다.

이 사건은 유럽인권재판소(ECHR)에도 제소돼있다. 위키미디어재단은 올해 5월 터키정부의 접속 차단 조치에 대해 소송을 걸었다. NYT는 "다음달 ECHR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터키 헌재가 이 같은 판결을 낸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유럽인권협약을 의식한 것"이라고 전했다.



유튜브·트위터도 접속 차단…터키의 온라인 검열


터키 정부가 접속 차단조치를 내린 사이트는 위키피디아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는 트위터와 유튜브 접속도 막은 바 있다.

터키 의회는 2007년 인터넷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정부 시위가 번진 2013년에는 법원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웹사이트 및 소셜미디어 접속을 차단하거나 인터넷 사용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권한을 통신청에 부여하는 강화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수만 건의 사이트가 접속이 차단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소 9만5000여개의 사이트와 12만7000개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 이용이 금지됐다. 시위나 테러 직후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접속이 일시적으로 차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터키의 언론 자유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악화되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발생한 군부의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수십개의 언론 매체를 폐쇄시키고 단속을 강화했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터키는 현재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75명의 언론인들이 구금 또는 복역 중이다. 가디언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VPN 등 우회 접속방법을 통해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지만 온라인 검열은 여전히 터키의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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