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국열차]아베 긴장시킨 수사… 日검찰의 부활?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 2019.12.29 07:30

['썰'푸는 국제부 기자들]
10년 만에 현직 의원 체포돼
졸속행정이냐 검찰부활이냐

편집자주 | 복잡한 국제이슈를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보려 합니다. 재미있는 '썰'을 풀듯이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체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FP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로 재집권 7년째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는데요. '벚꽃 스캔들'에 이어 '카지노 스캔들'까지 터지며 지지율이 내리막을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스캔들 수사를 두고 10년 동안 조용했던 일본 검찰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견제할 세력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죠. 이전까지만 해도 '권력 눈치보기' 비판을 받아온 일본 검찰. 무슨 계기로 이렇게 태도를 바꾼 걸까요?


'카지노 스캔들'이 뭐길래


지난 25일 도쿄지검 특수부에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된 아키모토 쓰카사 일본 중의원 의원. /사진=아사히신문
이를 살펴보려면 최근 일본을 떠들썩하게 한 '카지노 스캔들'부터 봐야 합니다. 크리스마스인 25일 도쿄지검 특수부는 자민당 출신 아키모토 쓰카사 중의원 의원을 체포했습니다. 복합리조트(IR) 사업 진출을 노리는 중국 기업 '500닷컴'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였죠. 일본 정부는 카지노를 겸비한 복합리조트를 세우기 위해 2016년 관련 법을 제정한 데 이어 내년 최대 세 곳에 허가를 내줄 예정인데요. 이를 위해 현재 홋카이도, 오사카시, 나고야시 등 주요 관광 도시가 서로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500닷컴은 온라인 카지노 사업을 벌이는 업체로, 복합리조트를 유치하려는 홋카이도에 진출하기 위해 2017년 7월 도쿄에 일본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때부터 아키모토 의원은 이 업체가 개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하거나 중국 광둥성의 본사를 방문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쌓아왔고, 가족 여행비 70만엔과 현금 300만엔 등을 뇌물로 받았다는 것입니다. 아키모토 의원은 당시 복합리조트 시설을 담당하던 내각부 부대신을 역임했죠. 의원 측은 이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입니다.


'최강 수사기관' 日검찰, 10년 만에 현직 의원 체포


도쿄지검 특수부가 현직 국회의원을 체포한 것은 2010년 1월 이후 약 10년 만입니다. 또한 국회의원 직무와 관련해 현금을 받은 혐의로 체포하는 것은 무려 17년 만인데요.

일본 검찰의 최전성기는 1976년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체포한 록히드 사건인데요. 미 방위산업체 록히드로부터 뇌물을 받고 일본 항공사들이 록히드마틴의 항공기를 사도록 압박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는 당시 정계 최대 실세를 체포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죠.

1989년 리쿠르트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정보산업회사인 리쿠르트사가 계열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양도해 사실상 뇌물을 준 사건으로 '전후 최대 정치 스캔들'으로 불린 사건입니다.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로 다케시타 노보루 당시 총리,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등의 연루 사실이 밝혀지게 됐죠.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다케시타 총리는 사임까지 했습니다.


증거 조작에 권력 눈치보기… 무뎌진 검찰의 칼끝


일본 도쿄 지요다에 있는 대검찰청 모습. /사진=AFP
그러나 근 10년 들어 일본 검찰의 칼끝은 무뎌졌습니다. 2010년 10월 오사카 지검 특수부에서 증거 조작 사건이 그 계기입니다. 이 사건으로 검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존폐 논란까지 나왔습니다.

'권력 눈치 보기 수사'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2015년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유코 전 경제산업상의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사건에서 비서는 불구속기소 됐지만, 정작 오부치 의원 본인은 불기소됐습니다. 지난해 아베 총리에 상당한 타격을 입힌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때도 문서 조작 의혹을 받은 관계자 38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해 논란을 샀죠. 이후 검찰 심사회가 불기소가 부당하다는 의견까지 냈으나, 특수부는 올해 8월 또다시 불기소 판정을 내렸습니다.



검찰의 부활인가, 졸속 행정인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한때 '최상 수사기관'으로 군림한 검찰 부활론을 제기하고 있죠. 2017년 9월 도쿄지검 특수부장에 취임한 모리모토 히로시의 영향도 있습니다. 취임 당시 "물밑에 숨겨진 사건을 다루고 싶다"고 밝힌 모리모토는 지난해 3월 신칸센 건설 담합 사건에 이어 교육부 국장 부패 사건·사법 거래 의혹 수사·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전 회장 체포 등 굵직한 수사를 도맡아 해왔습니다.

그러나 아키모토 의원 체포는 행정적 이유 때문일 뿐, 부활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례적인 체포는 내년 정기국회 개회를 피하기 위한 수법일 뿐이라는 것이죠. 내년 1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아키모토 의원의 '불체포 특권'이 인정돼, 체포하려면 체포 허가 신청을 한 뒤 결의안 통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하라 노부오 전 도쿄지검 특수부 검사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졸속과 조급함이 느껴진다"며 "국제적 비판을 받은 곤 회장 때 장기구금과 마찬가지로 지금 수사는 형편없다. 현 단계에서 '특수부의 부활'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쓴소리를 내놓았습니다.


지지율 30%대 아베, 검찰까지 부담


일본 정부 주최로 열린 '벚꽃 보는 모임' 행사에 참석해 기념 행사를 찍고 있는 아베 총리와 참석자들. /AFPBBNews=뉴스1
그러나 부활이든 아니든, 이번 검찰 수사는 아베 총리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복합리조트 사업은 아베 총리가 강력히 추진해오던 사업인 만큼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사히신문은 "정부는 방일 외국인을 늘리기 위한 기폭제이자 도쿄올림픽 이후 성장 전략의 기둥으로 IR 정비를 추진해왔다"라며 "특히 아베 신조 총리와 정권 이인자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핵심 추진 인사였다"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벚꽃 스캔들'에 또 다른 부패 스캔들이 겹친 점도 설상가상이었습니다. '벚꽃 스캔들'은 매년 봄 일본 정부 주최로 열리는 '벚꽃 보는 모임' 행사에 아베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 주민 및 후원회 회원을 대거 초청한 사건으로, 이 사실이 드러나며 국가 권련 사유화 논란을 빚었습니다. 지난 24일 아사히신문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38%로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30%대를 보였습니다. 이날 조사에서는 '아베 내각에 반대한다'(42%)고 응답한 비율이 지지 응답 비율을 1년 만에 앞서기도 했죠.

이번 카지노 스캔들 수사를 계기로 검찰이 과연 무뎌진 칼날을 다시 세울 수 있을지 좀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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