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52시간 상한제라는 '깔딱고개' 넘기

머니투데이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 2019.12.27 05:00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문턱이다. 우리는 1일 8시간을 집중해서 일하고 나머지 생활시간을 가정, 일터, 지역사회 등에 균형 있게 배분하여 일ㆍ생활 균형과 지역공동체의 유지가 실현되는 삶과 사회를 꿈꿔 왔다. 선진국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절에 이미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 이하로 줄였다. 2019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3000달러에 달하는 우리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그보다 높다.

주 52시간 상한제가 통과된 지 곧 1년 10개월이 된다. 300인 이상 사업체와 공공부문에서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고, 내년 1월 1일부터 50~299인 사업체들에 대한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이에 정부는 준비가 미흡한 50~299인 사업체들에게 1년의 계도기간 부여와 추가 특별연장근로 부여요건 완화(1주 8시간이나 1일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결정을 했는데, 정부가 이런 결정을 한 배경으로 몇 가지 짚어봐야 할 요인들이 있다.

우선,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과 연계해 정부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재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하였으나 2019년 말까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역사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유럽연합의 노동시간 지침에도 4개월 단위로 주 최대 48시간 범위에서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넓게 규정해 두고 있고 또한 산업별 단체협약을 통해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지침의 4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우리도 주 52시간 상한제과 함께 계절적 수요, 납기준수, 제품출시를 앞둔 연구개발 등을 고려하여 기존의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6개월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며, 1일 11시간 연속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하여 노동자 건강보장을 위한 일정한 조치를 동시에 마련해 두고 있다.

둘째, 개정 근로기준법에서 주 52시간 상한제의 도입기간을 2018년 7월1일부터 2022년 1월 1일까지 3년 6개월로 규정하고 있다. 주 44시간으로부터 주 40시간제로 7년의 이행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행했던 경험에 비해 도입기간이 2분의 1로 짧아 중소기업들에는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최저임금이 2018년 16.4%, 2019년 10.9%로 짧은 기간 내에 급격히 인상돼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기업들이 많은 50~299인 중소기업들에는 근로시간 단축까지 도입하게 돼 상당한 부담이 가중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계도기간 부여와 특별연장근로 허용요건 완화는 주 52시간 상한제라는 '깔딱고개'를 넘는 목마른 기업들에 주는 시원한 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깔딱고개를 넘어야 하는 중소기업들에도 여러 가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을 위해서 교대제 개편, 시설 및 설비 도입, 인력 충원 등의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근로시간 관리를 보다 효율화하고 공정을 개선해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생산물량을 잘 관리하는 동시에 근로자들의 임금을 보전하거나 임금감소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주 52시간 상한제가 중소기업들을 옥죄는 규제가 아니라 주 52시간 상한제를 계기로 중소기업도 청년들이 일하기 좋은 곳으로 바뀔 수 있다.

배규식 노동연구원장 기고 / 사진제공=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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