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투자 포기한 내년 2.4% 성장률, 이게 최선입니까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 2019.12.30 06:20

[소프트 랜딩]건설투자 3년째 마이너스 감소…강남 집값 잡는 것 만큼 건설경기 활성화도 필요

편집자주 |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지난 19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의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이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 중에 가장 높은 전망치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나 국책 경제연구기관인 KDI가 제시한 2.3%보다도 높다.

그래서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두고 나홀로 장밋빛 전망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단 하나의 일자리, 단 한 건의 투자라도 더 만들 수 있다면 정부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여러분부터 앞장서 달라”고 각 부처 장관들에게 당부하면서 경제에 대한 적잖은 위기의식을 내비쳤다. 나아가 올해 초 2.6%로 예상했던 성장률이 이젠 2.0% 달성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놓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뜯어보면 낮아진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다급함마저 읽을 수가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의 서두에서부터 “투자 활성화에 총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밝히며 내년도 경기 반등을 위해 대기업 투자 프로젝트(25조원)와 민자사업(15조원), 공공기관(60조원) 투자 등 100조원 규모의 투자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 및 금융지원 인센티브를 확대 제공하는 한편 22개 이상의 유턴기업을 유치한다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는 올해 경제성장률 급락의 핵심적 원인을 투자 부진으로 진단하고, 내년도 경기 반등을 위한 대책의 최우선 순위로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다면 바로 건설투자를 너무 눈에 띄일 정도로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전망을 보면 2020년 경제성장률은 2.4%인데 여기에서 건설투자 증가율은 2020년에도 –2.4%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건설투자가 이렇게 될 경우 2018년 –4.3%, 2019년 –4.0%(정부 전망치)에 이어서 2020년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감소를 기록하게 된다.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가 확실시 되는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1959년 이후 처음이며, 만약 2020년에도 건설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3년 연속 감소하는 것으로 이는 한국경제 사상 역대 처음 있는 일이 된다.

건설투자는 2018년 GDP(실질기준) 1808조원 중에서 약 15% 가량을 차지한다. 2010~2018년까지 건설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와 비슷한 14.8%를 나타내고 있다. 참고로 설비투자의 경우 2018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건설부자보다 적은 9.2% 수준이고, 2010~2018년 설비투자의 GDP대비 비중도 그보다 낮은 8.8%에 불과하다.

건설투자가 경제성장률 면에 있어서도 기여한 비중도 상당하다. 2015년 경제성장률 2.8%에서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1.0%포인트를 차지했고, 2016년 2.9%에서 1.4%포인트, 2017년에는 3.2%에서 1.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건설투자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적지않은 기여를 해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지난해 건설투자 증가율이 –4.3%를 기록하면서, 전체 경제성장률이 2.7%이었음에도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건설투자 부진이 경제성장률을 –0.7%포인트를 깎아먹었다는 의미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가 0%포인트만 유지됐어도 경제성장률은 무려 3.4%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건설업은 여타 산업과 비교할 때 경기부양효과나 고용유발효과가 매우 큰 산업군에 속한다. 각 항목에 대한 수요가 1단위 발생하면 생산이 얼마만큼 유발되는지를 보여주는 생산유발계수는 2015년 기준으로 건설 부문이 1.997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제조업 제품인 공산품(1.952), 광산품(1.83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각 항목에 대한 수요가 1단위 발생하면 부가가치가 얼마만큼 유발되는지를 보여주는 부가가치유발계수의 전산업 평균은 0.774인데 건설 부문은 0.804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수요 10억원 당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인 취업유발계수도 건설업은 12.5명으로 전산업 평균인 11.4명보다 높게 나타났고, 제조업(공산품)의 8.0명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건설투자는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반 산업에 비해서 여전히 크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라던지 고용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건설투자를 도외시하고 3년째 마이너스 감소를 방치하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시도는 서로 모순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경제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적 발상이다.

만약 내년도 건설투자 증가율을 -2.4%가 아니라 0%수준까지만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할 때 2.4%가 아닌 2.7%까지 반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도 최근 심각한 건설투자의 부진에 위기감을 느꼈던 때문인지 그동안 의도적으로 축소시키려 했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부랴부랴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2017년 SOC예산은 22.1조원에서 2018년 19.0조원으로 줄었고, 2019년 예산안에서 정부가 당초 18.5조원까지 축소키로 했지만 국회에서 최종 예산은 19.8조원으로 오히려 증액됐다. 그리고 2020년 예산에서는 아예 23.2조원으로 확정해 전년 대비 SOC 예산은 12.9%나 크게 늘어났다.

그런데 토목 건설 부문이야 이렇게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서 어느 정도 부진을 만회할 수 있지만, 민간이 주도하는 주택 경기는 정부의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흡사 빙하기를 연상케 할만큼 싸늘하게 식어있다. 최근에도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역대급으로 강력하다 평가받는 12.16 대책을 내놓았고,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추가 대책까지 내놓을 태세다. 이는 정부가 소위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 주택시장의 침체를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물론 지난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의 무리한 투자와 ‘빚내서 집사라’는 무리한 주택경기 부양의 후유증과 서울과 일부 지역에 집중된 집값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고민과 입장을 백번 이해한다. 그러나 집값을 잡는다는 선의는 좋지만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정책이 건설투자라는 전체 산업을 완전히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든다. 규제 속에서도 민간 주택 경기가 침체되지 않도록 전략적이고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데 그러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서도 매한가지다.

건설업이 새롭고 편리한 주거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하고, 도로 등의 교통망 확충을 통해 근로자들과 도시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스마트 팩토리 등 각종 첨단 시설들을 건설해 미래성장동력은 물론 해외수주 등을 통한 수출효자산업으로서 진정 우리 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한다고 인식한다면 정부가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는 산업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한 방송사와 가진 국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경제성장률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정부도 건설투자를 역대 처음으로 3년 연속 마이너스 감소를 용인하겠다는 전망을 담은 경제정책방향을 서슴없이 발표했다.

하지만 대외경기가 여전히 미약한 상황에서 과연 건설투자를 이렇게 희생하고도 경기를 반등시키는 게 가능한지, 그게 가능하게 할 만큼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정교하고 포괄적으로 디자인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비정교함과 편향성이 벼룩(=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초가삼간(=한국 경제)를 태우는 우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알려고 안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이게 최선입니까?"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보고 난 후에 나온 필자의 한숨이자 답답함이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면목 없다" 방송 은퇴 언급…'이혼' 유영재가 남긴 상처
  2. 2 "이선균 수갑" 예언 후 사망한 무속인…"김호중 구설수" 또 맞췄다
  3. 3 강형욱, 양파남 등극?…"훈련비 늦게 줬다고 개 굶겨"
  4. 4 1년에 새끼 460마리 낳는 '침입자'…독도 헤엄쳐와 득시글
  5. 5 [단독] 19조 '리튬 노다지' 찾았다…한국, 카자흐 채굴 우선권 유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