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음란물 사이트가 보호 받고 있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19.12.24 10:00

인터넷 보안 수준 높아질수록 단속 어려워져…"끊임없이 단속 막는 새 기술 나와"

/사진=캐나다 아동보호센터 유튜브 캡쳐(protectchildren.ca)
"마법의 총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제인터넷핫라인협회(INHOPE·인호프)의 덴튼 하워드 회장은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아동 음란물 사이트 단속의 어려움을 이같이 표현했다. 인호프는 전세계 47개 기관의 공조를 통해 아동 음란물과 관계된 사이트 폐쇄 및 운영자 수사를 유도하는 국제기관이다.

인터넷 사이트의 보안 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 단속은 더욱 어려워졌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온라인 상에서 4500만건의 아동음란물이 보고됐다. 운영자와 접속자의 IP를 숨겨주는 보안업체들을 이용한 아동음란물 사이트들의 수법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7년간 보낸 100만건 경고메시지…결국 폐쇄된 아동음란물 사이트 '3개'


/사진=캐나다 아동보호센터 홈페이지 메인화면.
이 때문에 아동음란물 사이트 단속을 위한 국제 공조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온라인 상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수사기관뿐 아니라 각국 시민단체와 공익자선단체 등의 역할도 매우 크다.

최근 캐나다 아동보호센터는 '아라크니드'라는 아동음란물 단속 기술을 개발했다. 아라크니드는 '거미류'를 뜻하는 말로, 거미처럼 사이트에 기어들어가 초당 수만개의 이미지와 영상을 스캔하고 아동음란물을 걸러낸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사람이 직접 음란물을 찾아내고 감시해왔다. 아라크니드는 월 10만개 이상의 의심 콘텐츠를 보고하고 있으며, 단속에 걸린 게시물 중 85%는 수사기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라크니드는 지난달 말 아동음란물 사이트 3곳을 폐쇄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7년간 해당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총 100만건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결과였다. 공익자선단체인 캐나다 아동보호센터의 경고 메시지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각국 수사기관이 직접 수사에 나서야만 운영자 처벌이 가능하다.

NYT는 "하지만 문제는 어떤 해결책도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제 핫라인은 끊임없이 아동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들을 능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들은 사이트의 존재를 숨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또 다시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보안수준 높아질수록 어려운 단속, 상호 균형 맞춰야


미국 보안업체 클라우드플레어는 아동음란물사이트까지 보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7년 2월 이후 클라우드플레어에 의해 보호되는 아동음란물 사이트는 18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전세계 90여개국 200개 도시에 서버를 두면서 특정 사이트의 운영자와 접속자의 IP를 특정할 수 없게 만드는 보안 시스템을 제공한다.

클라우드플레어 측은 고객의 사이트에 올라 있는 콘텐츠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클라우드플레어는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 8년간 아동 성학대 자료를 공유한 5000개 이상의 고객사이트에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다. 또 기업이 자사 사이트에 불법 게시물이 올라와있는지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이 담긴 새로운 보안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각종 사이트의 보안을 뚫어야 가능한 아동음란물 사이트 단속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NYT는 한 예로 지난해 자체 메신저앱인 왓츠앱의 보안수준을 최고로 높인 페이스북을 들었다. 왓츠앱은 아동음란물이 가장 많이 유통되는 통로 중 하나지만 페이스북이 이 메신저 앱을 종단간 암호화하면서 수사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미 국토안보부 사이버수사 담당 맷 라이트는 NYT에 "불법 콘텐츠 유통과 사생활 보호 사이, 이 같은 광범위한 긴장감을 해소하면서 상호 균형을 찾아야 한다"면서 "기업들은 데이터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범죄행위를 막기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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