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후 월 2500만원 연금포기" 선언 佛마크롱 대통령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19.12.23 09:29

연말 연휴 앞두고 연금개혁 반대 시위 잠재우기 위한 방침…대통령 특별연금·헌재위원직 포기하기로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AFP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월 2500만원에 달하는 대통령 특별연금을 포기했다. 연말을 앞두고 3주차에 접어든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다.

22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월 6220유로(약 800만원)의 대통령 특별연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임기를 마치면 자동으로 갖게 되는 수당 1만3500유로(약 1700만원)의 헌법재판소 위원직도 포기하기로 했다.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은 "대통령이 모범을 보이고 제도 개편의 일관성을 위해 이렇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 본인만 안 받겠다는 건 아니다. 앞으로 전직 대통령이 되는 모든 이들에게 지급되는 특별연금을 없애고 새롭게 도입하는 보편적 단일연금체제의 적용을 받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이에 대해 "공화주의적 군주제의 먼지쌓인 전통을 깬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총파업이 3주째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직종, 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복잡한 연금체계를 포인트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노동자의 실제 기여도를 포인트화해 연금 지급액을 계산하는 등 연금체제 일원화를 통해 노동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연금액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은퇴 시점이 훨씬 지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제2의 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과 철도노조는 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시위대가 마크롱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연금개혁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시위대는 문제삼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마크롱 대통령의 '사치'이기도 했다. 연금개혁을 통해 국가재정 절감에 나섰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사치스러운 행보를 이어가면서 고통 분담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앞세워 대선에서 승리한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초 대통령 전용 여름 별장에 호화스런 수영장을 짓고 엘리제궁을 개조한 것을 두고 잦은 구설수에 올랐다.

가디언은 이번 대통령의 연금포기조치에 대해 "대통령을 왕으로 묘사한 시위대의 캐리커쳐와 현수막 등 연금 개혁을 둘러싼 파업이 점차 마크롱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라고 전했다.


크리스마스 연말 연휴를 앞두고 마크롱 대통령은 파업 중단을 호소하고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파업은 정당하고 헌법에 따라 보호받지만 크리스마스 휴가기간을 맞아 가족들과 행복한 연말을 맞기 위해 파업을 잠시 중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3주째 이어지는 파업에 프랑스 국철(SNCF)이 운영하는 전국의 고속철(TGV) 운행률은 50%에 머물고 있다. 연말 특수를 노려야 하는 프랑스의 소매업자들도 30~60%의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마크롱이 연금개혁안을 성공적으로 이행하지 못하면 2022년 재선에서 중요한 약 25%의 지지기반을 잃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노조와의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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