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망 상호접속료 사실상 '무정산'…제2의 페북사태 막을까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서진욱 기자 | 2019.12.22 16:04

정부 인터넷 상호접속 제도 개편안에 콘테츠 사업자 "환영", 통신사 "글쎄"

정부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대형 통신사 인터넷망을 오가는 트래픽이 너무 한편으로 쏠리지 않는다면 서로 접속료를 정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상호접속 제도를 바뀐다. 망 이용료 갈등을 겪다 법정소송으로까지 번진 페이스북 사태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이나, 국내외 CP(콘텐츠 사업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무정산’ 원칙을 정부가 사실상 수용했다는 평가다. CP들은 환영했고 통신사들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2일 접속료 부담을 줄여 인터넷 생태계 내 갈등을 해소하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둔 ‘인터넷망 상호접속 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인터넷망 상호접속이란 통신사끼리 인터넷 트래픽을 교환하기 위해 인터넷망을 서로 연동하는 것을 말한다. 상호접속 협정에 따라 통신사들은 트래픽을 주고받고 그 비율에 따라 상대방 통신사와 접속료를 정산한다. 상호접속 협정의 절차와 정산방식 등은 정부가 고시로 정한다.

◇바뀐 상호접속 제도, 사실상 무정산 체제 전환=정부는 지난 2016년 통신사간 트래픽 접속료 정산방식을 ‘무정산’ 방식에서 발신 트래픽량에 따라 상호정산하는 구조로 바꿨다. 이렇게 하자 대형 CP가 특정 통신사 전용회선만 사용할 경우, 해당 통신사가 다른 경쟁 통신사들에게 지불해야 할 접속료 부담이 크게 늘게 됐다. 이는 페이스북(이하 페북)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페북이 KT와 단독 전용회선을 계약을 체결했는데, 페북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 가입자들의 페북 접속량도 덩달아 늘면서 KT가 경쟁사들에 지불해야 할 접속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경쟁사들의 접속경로를 해외 서버로 옮겼다는 게 페이스북의 주장이다. 이후 CP 업계는 상호정산 방식이 콘텐츠 사업자들의 망 비용을 높이고 있다며 상호접속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정부가 마련한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대형 통신사들은 트래픽 교환비율이 일정수준 이하일 경우 접속료를 상호정산하지 않도록 접속료 정산제외 구간, 즉 ‘무정산 구간’이 도입된다. 트래픽 교환비율은 A사와 B사간 발신 트래픽량의 비율을 말한다.


무정산 구간은 과기정통부가 시장경쟁 상황 등을 고려해 하한수준을 결정하게 되는데 현행 대형 통신사 간 트래픽 교환비율의 최대치보다 다소 높은 수준인 1:1.8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가령 A 통신사가 트래픽 100을 보냈고, B통신사가 180을 보냈다 해도 그 정도 규모에선 서로 정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근 1년간 대형 통신사 간 월별 트래픽 교환비율은 모두 1:1.5를 하회하는 만큼 무정산구간이 1:1.8로 설정하면 통신사가 다른 통신사로 발신하는 트래픽이 상당수준 늘더라도 접속비용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접속료 무정산으로 통신 3사가 중소CP 유치 시 접속 비용을 고려하거나 영업에 활용하지 못하게 돼 CP 유치 경쟁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대형 통신사 외 중계사업자, 케이블TV 등 중소 통신사의 접속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접속통신요율을 연간 최대 30% 가량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는 접속통신요율 상한과 대형 통신사 간 트래픽 교환비율을 공개하고, 업계와 협의해 망 이용대가 추이를 수집·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 통신정책관은 “이번 개선안은 통신사 뿐 아니라 인터넷 생태계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만든 결과물”이라며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위에서 다양한 인터넷 생태계 참여자들이 동반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 환영 "시장 공정성 기대" VS "글로벌 CP와의 계약 불리할까" 촉각 곤두세운 통신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시장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한걸음 나아간 것”이라며 “향후 발신자 기준 재정의, 상한가 폐지 등 더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스타트 업계는 국내 망비용이 해외에 비해 유례없이 비싸고, 국내 망비용 산정 근거가 불투명 하다는 점 등을 들어 상호접속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통신사들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개편 이후에도 트래픽 기반 정산 근거가 유지된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글로벌 CP들이 특정 통신 사업자와 계약하는 방식으로 공짜망을 활용하려 한다면, 이를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지가 숙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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