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처럼 한 회사의 인턴으로 일하던 2010년 가을, 나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구내식당 점심 메뉴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사무실 건너편에 있던 구내식당은 홈페이지는커녕 사전 메뉴 공지조차 없었다. 점심 1~2시간 전쯤 전화를 걸어 그날 메뉴를 파악해 부장에게 보고했다. 부장 마음에 들면 종이식권을 들고 구내식당으로, 아니면 다른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사무실을 나서기 직전까지 어디로 향할지 모르니 명함지갑 속에 항상 종이식권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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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에게 '점심 해방감' 안긴 모바일식권━
모바일 식권 도입으로 직장인들의 메뉴 선택권이 확대됐다. 구내 식당이나 회사가 직접 음식점들과 계약하는 기존 방식보다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같은 메뉴, 음식점을 강요한 종이 식권을 복지가 아닌 폭력으로 느꼈던 직원들에겐 엄청난 해방감으로 다가왔다. 밥 먹으러 갈 때마다 종이 식권이나 법인카드를 내야 하고, 영수증을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점심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회사 이미지도 개선된다.
회사도 좋다. 제휴 음식점 확보와 식권 및 식대 관리·정산 등 식대 지원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모바일 식권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서다. 식권이 모바일로 들어오면서 식권깡(식권 현금화), 대리 사용, 분실 등 문제도 예방한다. 벤디스의 '식권대장' 고객사 설문 결과에 따르면, 고객사 190곳은 모바일 식권 도입으로 식대 관리 업무가 평균적으로 59% 줄었다. 식대 절감률은 18%다. 업무와 비용이 줄고, 직원 만족도가 높아지는 '1석 3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직원과 회사, 음식점 모두가 웃으려면 모바일 식권 기반이 넓어야 한다. 가맹 음식점이 적으면 직원들이, 고객사 직원 규모가 적으면 점주들이 불만을 품는다. 앱 설치가 상당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굳이 모바일 식권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모바일 식권 운영사의 영업능력이 최대 경쟁력으로 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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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권대장·식신·페이코 '경쟁'… '20조 시장' 열리나━
아직까지 모바일 식권 시장은 초기 단계다. 급속한 모바일 식권 보급과 함께 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전망이다. 벤디스는 국내 기업 식대 시장을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산하면서 모바일 식권 시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벤디스의 추산은 직원당 월 평균 식대(10만2193원)와 상용 근로자 수(1498만5924명)에 근거한다. 잠재적인 모바일 식권 시장으로 분류되는 기업 단체급식 시장은 연간 5조원 이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7년 기준 국내 단체급식 시장을 15조원 이상, 이 가운데 기업 단체급식 시장을 5조원대 규모로 추정했다. 현재 모바일 식권별 연간 거래액이 수백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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