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지는 환율…해외투자 어쩌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19.12.18 13:57

미·중 1차 합의 이후 환율 급락, 환차익 손해…미국 대신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

미·중 무역분쟁의 완화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근심도 커진다.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로 투자한 투자자들은 환율 하락폭 만큼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 해외 주식 투자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8원(0.15%) 내린 1164.4원에 거래 중이다. 일주일 전인 지난 11일에는 1194.7원을 기록했는데 일주일 만에 2.5%나 급락한 것이다. 올해 고점인 8월13일 1222.2원 대비로는 4.7% 하락한 수준이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에는 하루 만에 1.27% 폭락했다. 올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이다.

국내 증시에서 환율 하락은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달러를 원으로 바꿔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원화가 강세를 나타낼수록 환차익으로 인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손해라는 의미다. 원을 달러로 바꿔 해외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하락율 만큼 손해를 본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의 경우 환헤지(換hedge)와 환노출 상품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환율에 따른 수익률 차이를 알 수 있다.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약정한 환율로 거래하는 '헤지' 거래를 하기도 한다. 헤지를 하지 않는 환노출 상품도 있다. 상품명 뒤에 'H'가 붙으면 헤지 상품 그렇지 않으면 노출 상품이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채권인 '삼성 미국 대형 가치주 ETN(H)'의 경우 최근 일주일(11~17일) 간 1.59% 오른 반면 환헤지를 하지 않은 같은 상품인 '삼성 미국 대형 가치주 ETN'은 같은 기간 0.18% 상승하는데 그쳤다. 환율 하락폭 만큼 수익률에서 손해를 본 것이다.

그래도 ETF(상장지수펀드)나 ETN은 환헤지 상품 투자로 환율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환율 하락에 따른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직접투자 규모는 급증했다.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사이 미국 증시는 연일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관심이 커진 탓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 54억1928만달러(6조3000억원)였던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81억1964만달러(9조5000억원)로 약 50% 증가했다.

하지만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가 오르더라도 기대만큼 높은 수익을 못 올릴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향후 환율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선 미·중 무역분쟁의 완화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도 달러 약세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능성도 원화 강세에 영향을 미친다. 위안화와 원화는 대체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떨어트렸고, 이것이 원화 약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부과 완화 방침으로 중국도 위안화 절하 필요성이 약해지면서 위안화 강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완전히 타결될 경우 무역갈등 이전 환율인 1달러당 1000원대로 회귀할 수도 있다. 현재 환율 대비 10% 이상 낮은 수준이다. 미국 주식 투자로 10% 이상 수익을 내도 그만큼 환율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중 2차 협상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내년 환율 밴드 하단은 1120~1140원 정도로 예상한다"며 "환율 하락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미국 중심의 투자보다 아시아나 신흥국 등 다양한 국가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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