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하다간 기업 소멸" 글로벌 챔피언기업이…

머니투데이 레버쿠젠(독일)=유영호 기자 | 2020.01.01 05:00

[2020 새로운 10년 ESG]1-<4>기업이 변한다…獨 레버쿠젠 켐파크 코베스트 생산공장 르포

편집자주 |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사람·지구·이익 '3P' 경영철학
-"지금처럼 제품 만들면 기업 소멸" 위기감 반영
-에너지 손실 흐름 파악해 화석연료 사용 최소화
-이산화탄소 모아 폴리우레탄 생산 신기술 개발
-에너지 과소비 줄이고 친환경 R&D 투자 '혁신효율' 높인다

유럽 최대 화학산업집적단지 중 한 곳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레버쿠젠 켐파크(chempark)에 위치한 코베스트로 본사 전경./사진=유영호 기자 yhryu@

“지금처럼 제품을 만들고, 버리고, 태우는 방식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확신한다. 지속가능 하지 못한 기업은 결국 소멸할 수밖에 없다.”

독일 화학소재 챔피언기업 코베스트로(covestro)의 경영철학은 확고했다. 환경을 보전하고 사회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지속가능 하지 못하다고 단언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같이 재무제표만으로는 알 수 없는 비재무적 경영활동 강화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의미다.

이 철학은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기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5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레버쿠젠 켐파크(chempark)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 산업의 젖줄 라인강변에 위치한 유럽 최대 화학단지 중 하나인 이곳엔 코베스트로의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유럽 최대 화학산업집적단지 중 한 곳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레버쿠젠 켐파크(chempark)에 위치한 코베스트로 생산설비 전경./사진제공=코베스트로



에너지 효율 높여 CO2 배출량 50% 감축… 에너지다소비 산업 약점 극복



코베스트로는 1863년 창립한 세계적 제약·종자·화학기업 바이엘의 화학소재사업부(머테리얼사이언스)가 2015년 9월 분사해 설립됐다.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뛰어나 항공·자동차소재부터 생활용품까지 쓰임새가 많은 폴리카보네이트(PC)를 비롯해 폴리우레탄 등 첨단소재가 주력제품인데 연매출만 146억유로(약 19조원)에 달한다.

까다로운 출입절차를 거쳐 들어간 생산공장의 첫 인상은 영락없는 재래식 공장이었다. 두꺼운 파이프라인이 복잡하게 이어져 있었고 하얀 수증기가 연신 뿜어져 나왔다. 화학물질 냄새가 코 끝을 간지럽히는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코베스트로 생산공장은 겉모습과 달리 ‘환경을 위한 혁신’이 설비 곳곳에 숨어 있다. 실제 가까이 다가가자 설비마다 빼곡히 자리한 다양한 디지털 센서가 눈에 들어왔다. 현재 에너지효율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최적효율(BDP)과 비교하는 에너지모니터링시스템이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에너지손실흐름(ELC)이란 지표를 활용, 설비 에너지 손실 상황을 정확히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최적운용 방안을 찾는다. 한계에 다다르면 최적설비교체 방안을 도출하는 구조다.


코베스트로는 자사에 납품하는 모든 협력사에도 이 시스템을 확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집약적인 화학 산업에서 환경보호·사회책임 실현을 위한 첫걸음은 가치사슬 전(全)단계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란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 화학산업집적단지 중 한 곳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레버쿠젠 켐파크(chempark)에 위치한 코베스트로 생산공장에서 한 직원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코베스트로

현장에서 만난 프랑크 호트바트 코베스트로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되 환경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그만큼 (화석연료 등) 에너지를 덜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설비 효율 기준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1차 에너지 소비량을 50% 감축(2007년 대비)하는 것이 목표”라며 “에너지 효율화를 시작으로 시스템 전반 효율화로 나아가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동일하게 맞춰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코베스트로는 경영전략 전면에 사람·지구·이익(People·Planet)으로 이뤄진 ‘3P’를 내세운다. 얼핏 서로 상충되는 가치로 받아들여지지만 코베스트로에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성공 열쇠다.

프랑크 할트롭 코베스트로 정무책임자는 “예를 들어 새로 개발한 건축외장재용 폴리우레탄은 가볍고 단열 성능이 뛰어나 건축물 에너지 소비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까지 절감할 수 있다”며 “이런 장점 때문에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사람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면서 기업 이익도 확대하는 단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앞으로 화학기업은 환경성을 강화하지 않고는 더 이상 영업활동이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 최대 화학산업집적단지 중 한 곳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레버쿠젠 켐파크(chempark)에 위치한 코베스트로 연구개발센터에서 한 직원이 시험생산한 폴리우레탄 폼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코베스트로



年6500억 R&D 투자… 온실가스서 소재 추출 지구 살릴 신기술도



코베스트로는 ‘기업 생존’을 위해 환경성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제품 개발을 위해 대대적 R&D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연간 R&D 투자액은 5억유로(약 6500억원) 규모인데 R&D 과제의 80%가 UN(국제연합)이 인류가 공동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로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맞춰져 있다. 사람과 지구(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과제에 대해서는 투자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높이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독일 아헨공대와 공동으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폴리우레탄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폴리우레탄은 폴리올(PPG)과 이소시아네이트(MDI)의 화학반응으로 만드는데 화석연료와 독성 화학물질 사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신기술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탄소만 따로 뽑아내 폴리우레탄 원료로 사용한다. 호트바트 대변인은 “신기술을 적용하면 폴리우레탄 공정에 들어가는 원유 등 화석연료를 20% 이상 감축할 수 있다”며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베스트로의 환경·사회책임 강화 경영성과는 대외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지수에 편입돼 있으며 평가등급은 ‘A’다. 사회책임투자분석전문기업 서스테넬리틱스에서는 ESG 성과등급 ‘뛰어남(outperformer)’을 받았다.

할트롭 정무책임자는 “지속가능성은 기업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환경·사회책임 등 ESG 경영을 위해 앞으로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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